[더팁스칼럼] MIT 대학 총장의 서한과 라이즈(RISE)
작성 2025-10-14 18:08:00
업데이트 2025-10-14 18:08:00
미국 MIT 공대 전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가 트럼프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들은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이 미 행정부가 보는 ‘고등 교육의 학문적 우수성을 위한 협약’ 서명을 거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협약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입학·채용 과정에서 인종이나 성별 고려 금지 △외국인 학부생 등록률 15% 상한제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다양성 정책 폐기를 대학에 요구한 셈이다. 정부는 서명의 대가로 상당한 수준의 연방 지원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MIT 측에서 백악관에 보낸 서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콘블루스 MIT 총장은 “과학 연구에 대한 재정 지원은 오로지 과학적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역 없는 학문의 요람’이라는 대학의 본질과 설립 목표를 지키겠다는 일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약 요구를 받은 대학은 MIT를 포함 브라운대 등 총 9개 미국 명문대다. 타 대학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진 않았지만 비슷한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MIT 공대의 결단을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전체는 물론 세계적 명문대의 발전에는 최고의 교육과 커리어 개발 기회를 찾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MIT에 다닌 이민자로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대만계 미국인), 아누셰흐 안사리 글로벌X프라이즈 재단 대표(이란계 미국인) 등이 있다. MIT 외 미국 대학 출신 이민자로 넓히면 그 대상은 훨씬 더 늘어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오마르 야기 캘리포니아대 교수 역시 15세에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다.

트럼프의 반 다양성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대학이 권력과 자본의 위협이나 유혹 앞에 자신들의 철학을 지킨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다. MIT는 대학으로서 자신들의 가치와 미래를 지키는 선택이 무엇인지 알았고, 단기적 유혹 앞에 무릎 꿇지 않았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맹공이 지속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 최종 결론까지 내긴 이른 상황이다. 그러나 총장 이름으로 반대 서한을 보냈다는 것은, 미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학생이나 관계자들이 집단행동으로 반대 의사를 내보일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MIT의 사례를 보며 빠르게 진행 중인 RISE사업에 대한 한 관계자의 우려를 떠올렸다. 지역의 한 대학에서 일하는 그는, “지역을 살려야 하는 것도, 지방대가 죽어가는 것도 맞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대가로 각 대학의 특색이나 철학 없이 정권 따라 대학의 정책이 따라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당 대학 내에선 자신들의 교육 철학이나 전통보단 정권 기조에 맞추어 운영 계획을 짜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물론 죽어가는 한국 지방대를 전 세계에서 인재가 밀려드는 MIT와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대기업이 먼저 노동, 근로 관련 선진 제도를 시행해야 중소 업체로 흐름이 밀려드는 것처럼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와 RISE 제도의 갈 길을 고민하는 데 MIT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위기의 한국 대학,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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