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된 AIDT, ‘교과서’ 지위 유지하라”…벼랑 끝 개발사들 궐기대회 나서
작성 2025-07-21 17:32:33
업데이트 2025-07-21 21:39:20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AIDT) 교과서 지위 유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참가자의 모습. ⓒ더팁스

“아직 1학기밖에 사용하지 못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것은 이릅니다.

1년간 사용해보며 검증하고 개선해 나간 뒤 결정해도 늦지 않기에 AIDT의 교과서 지위 유지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21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국회 앞을 가르는 넓은 의사당대로는 AIDT의 교과서 지위 유지를 요구하는 궐기대회에 모인 5000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폭염 속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AIDT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라”, “AIDT 현장 사용 후 검증하라”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며 집결해 있었다. 

이번 궐기대회는 AIDT 개발사 및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시키겠다는 초⋅중등교육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반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황근식 교과서발전위원회 위원장,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 허보욱 비상교육 컨텐츠컴퍼니 대표,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 류원식 교문사 대표,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 등이 참가했다.

교과서 지위 유지 여부는 이들에게 중대한 문제다. 국회의 뜻대로 AIDT가 교육자료가 될 경우, AIDT 개발사는 막대한 개발 비용을 그대로 손실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구입·사용 예산이 지원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각 교육청이 지원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교육청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자체 예산을 활용해 구독·사용해야 한다. AIDT 채택률 대폭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AIDT) 교과서 지위 유지 궐기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더팁스

현장에서는 황 위원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여러 에듀테크 및 개발사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정과 천재교육 대표는 “‘AI 교육 선진화’라는 목표를 위해 AIDT의 교과서 지위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DT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닌 미래교육의 선진화 또는 후퇴를 결정짓는 문제”라면서 “AI 3대 강국, AI 100조 투자, 실용주의는 현 정부가 공약하거나 표방하는 대표적 사례임에도 교육 분야에서만 AI를 후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장한 개발사 관계자들은 “교과서로 도입하겠다는 정부를 믿고 AIDT 개발에 전념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는 “만들 때 (정부 관계자가) ‘빨리빨리’ 내년부터 써야 한다며 재촉해 밤잠도 포기하고 수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바뀐 정권에 따라 폐지도 ‘빨리빨리’ 해야 하나”라며 “개발사도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동반자로서 AIDT 논의의 장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보욱 비상교육 컨텐츠컴퍼니 대표도 “교육의 본질 잃지 않기 위해 많은 연구자와 함께 노력해왔지만, AIDT를 정책의 부속물처럼 미뤄내는 것은 법적 지위를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IDT는 단순히 개발사의 손익 문제를 넘어, 학생과 교사가 균등한 교육을 누릴 기회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곽윤주 아이스크림미디어 전무는 “지역과 소득,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수준 높은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AIDT”라며 “우리가 바라는 건 학생과 선생님에게 좋은 책을 제공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궐기대회는 개발사 대표들의 결의문 낭독과 마무리 발언으로 막바지에 다다랐다.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AIDT는 단지 기술이 적용된 교재가 아닌 포용적 교육 플랫폼”이라며 “장애 학생, 소외지역 학생, 다문화가정 아이들 누구나 고른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는 “AIDT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현장 사용이 필요하다”며 “교사와 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며 실증적인 평가, 대조군을 통한 비교 연구, 실시간 피드백에 기반한 기능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교육업계 관계자도 “지금 사태는 ‘걸음마 떼는 아이한테 위험하다며 걷지도 말라’고 하는 격”이라며 “아직 개선할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AIDT를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풀을 꺾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4일 공동 입장문 제출에 이어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그리고 이날 AIDT 교과서 지위 유지 궐기대회에 나서기까지, AIDT 개발사는 교과서 지위 지키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현장에 모인 AIDT 업계 관계자들은 △AIDT의 학교 시범 사용 1년 연장 △민·관·정 디지털 교육 정책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한편 AIDT 교과서의 지위는 오는 23일 열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본회의 결과에 달려있다. 이날 궐기대회 참여사들은 본회의 의결 연기를 요구한 상태지만,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자리에 참여한 개발사들은 “AIDT의 교육자료 격하가 확정될 시 (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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