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가 우리 사회에 남긴 두 개의 ‘불안 세대’
작성 2025-08-05 18:20:02
업데이트 2025-08-05 18:22:35
/사진제공=교육부
ⓒ교육부

지난달 29일,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퇴임했다. 그리고 일주일도 못 지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교과서(AIDT)는 공식적으로 ‘교육 자료’로 격하되며 교과서 지위를 상실했다. 2년도 채 안되는 시간 민간 기업에 개발을 지시했던 AIDT는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전 장관은 교육부 소속 공무원들과 ‘손가락 하트’를 한 사진과 ‘모든 게 제 리더십의 부족입니다’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홀가분하게 사라졌다. 이 장관을 믿고 AIDT 개발에 전력을 투구했던 개발사들 앞엔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손실’로 남았다.

이주호 전 장관은 퇴임하면서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의 저서 <불안세대> (웅진지식하우스, 2만4800원)를 선물로 남겼다고 전해진다. <불안세대>는 디지털 기기 및 그로 인한 SNS 사용이 젊은 세대를 지나친 불안과 사회적 고립, 때로는 심각한 실질적 위협에 노출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른 나이에 디지털 기기 사용에 노출된 지금의 10대가 심각한 신체, 정신적 질병에 시달린다며 “부모들이 오프라인 공간의 위협에 대해서는 관리하면서, 온라인과 디지털 노출로 인한 위협은 안일하게 대처한다”며 “사춘기 이전의 청소년 및 아동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디지털 기기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떠나는 교육부 장관이 선물하는 일은 언뜻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책의 내용이 AIDT를 포함한 디지털 교육, 기기 사용을 모두 비판함은 물론 조너선 하이트 저자 역시 강경한 ‘AIDT 반대론자’이기 때문이다. AIDT를 졸속 추진하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그대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에듀테크 업계에 떠넘긴 당사자가 AIDT를 비판적으로 보는 책을 ‘시대의 지성’이라며 선물하는 모습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선물을 나누고, 꽃다발을 들고, 직원들의 손하트를 받으며 이주호 전 장관은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수천여명의 에듀테크 관계사가 절박한 목소리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한 게 불과 2주 전이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공무원들에겐 <불안세대>라는 책을,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비 회수 문제와 일자리를 잃게 된 수만명의 에듀테크 종사자들의 미래에도 ‘불안 세대’를 남겼다. 모든 정책이 성공할 수 없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철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민간이 정부를 신뢰하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주호가 에듀테크 업계에 남긴 것은,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그 무엇보다 원금 보전 우선’이라는 불안함이다.

<불안세대> 중 한 대목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일로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이주호 전 장관은 이 대목에 밑줄 긋고, 홀가분하게 떠났을까? 결국 AIDT 사태에 대한 청구서는 교육 업계의 무너짐, 사명감 있는 개발에 대한 허무함 등 교육 대상이 될 미래 세대 앞으로 날아올 것이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은 두 종류의 ‘불안 세대’를 남긴 장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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