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너무 먼 시사상식 자연스럽게 아는 척 하고 싶다면? ‘시사상식 벼락치기’가 지금 제일 중요한 시사상식 핵심만 쉽고 빠르게 알려드립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이제 탄핵 심판의 공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사건번호 ‘2024헌나8’, 정식 사건명칭 ‘대통령(윤석열) 탄핵’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의 시간만 남았다. 헌법재판소에 떠오른 핵심 질문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얼마나 중대한 위헌·위법을 저질렀는가’이다. 비상계엄 발동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나 있었는지, 그리고 계엄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 등을 따져보고, 이것의 중대성을 가려낸 뒤 파면 여부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진보, 보수 등 진영을 막론하고 법률 전문가들이 이번 ‘비상계엄’이 왜 위헌이라는 걸까? 3분만 투자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법적 쟁점’ 알아보자.
◇ 위헌·위법 투성이인 12·3 비상계엄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자 ‘통치행위’임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에 사법적 잣대를 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선 헌법에서 지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재량의 ‘통치행위’가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계엄의 이유로 꼽은 ‘야권의 탄핵 남발’, ‘국회의 정부 예산 삭감’이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77조 1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엄연히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만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77조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비상계엄 발동에 있어 절차상 위법 요소도 다분하다는 평이다. 법령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선포 전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회의 내용 또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하지만 11일 대통령 비서실은 공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 가진 국무회의는 단 5분간 이어졌으며, 회의록과 서명 날인조차 없다고 회신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발언과 비상계엄 동조 여부 등 주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게 됐다. 여러모로 최소한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던 ‘부실 회의’라는 점이 드러난다. 회의에 참여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국무회의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하는 데까지 국회에 공식적인 통고를 하지 않아 ‘시작부터 끝까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법 2조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법 89조 5호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법 82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며,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
계엄법 4조 1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내용에도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고령이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헌법 77조 3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을 통해 의회와 정당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은 체포 및 구금을 할 수 없도록 하며 입법부 활동을 보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엄군은 실제로 국회에 강제 진입했고, 경찰은 국회의장 및 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윤 대통령 측은 거대 야당에 경고하려 했을 뿐, 병력이 국회에 머문 시간이 짧았다는 해명만 남겼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 및 서버 압수도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다고 지적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헌법 77조 3항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헌법 44조 1항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계엄법 13조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형법상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오는 중이다. 단 형법 제87조에 해당하는 내란죄는 크게 2가지 성립 요건이 있다.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는가’와 ‘폭동으로 볼 수 있는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과정에서 특히 국헌문란의 목적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헌문란은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병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진입하고 국회의원 권한 행사를 제한하려 했다는 자체에서 해당한다고 본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입법부를 무력화하기 위해 정치인 체포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속속들이 나오며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0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빨리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라고 했으며, 12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 제87조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형법 제91조 [국헌문란의 정의]
조건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조건2.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대법원 판례에 따른 폭동에 대한 해석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 · 협박을 말하며,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으로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가져야 한다.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그 실행 행위는 ‘살상, 파괴, 약탈, 단순 폭동 등 여러 가지 폭력행위가 혼합되어 있는 행동
물론 내란죄를 두고는 그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규모 병력이 투입됐다는 점, 폭행·약탈·협박 등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시 받아들인 점을 보면 국헌문란의 목적성이 애매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이를 두고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기관이 앞다투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할 헌법재판소와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앉힌 내란죄 수사,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사안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