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계획안이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일 오전 상임위원회를 열고 서울시교육감이 제출한 ‘성진학교 신설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서울 동북권에 거주하는 지체 장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을 위해 성동구의 옛 성수공고 건물 일부를 증·개축하고 특수학교인 가칭 성진학교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성진학교는 22학급, 총 13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설립되며, 유치원부터 전공과정(진로·직업교육)까지 운영한다.
시의회의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수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가 402명 증가하는 동안 특수학교는 단 한 곳도 증설되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내 특수학교는 25개 자치구 중 7개 자치구에만 있다. 특히 서울 동북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어 원거리 통학에 불편함을 겪어왔다. 이에 시의회는 “서울시 내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특수학교 증설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간 성진학교 설립은 성동구 일부 주민과 정치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6월 성진학교 설립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성동구가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소속 황철규 시의원(성동4)도 “(성진학교는) 옛 덕수고(성동구 행당동) 자리로 옮기고, 이 자리에 주민들이 원하는 좋은 고등학교를 유치해달라고 교육청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애 학생 부모들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릎을 꿇고 설립 승인을 호소했다. 지난 2017년에도 장애 학생 부모들은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이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무릎을 꿇고 학교의 필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 이날도 상임위를 앞두고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등 학부모 30여 명은 시의회 태평로 별관 앞에서 계획안 통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원안 가결이 선포되자 환호를 지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성진학교 신설안은 오는 12일 시의회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았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과 다수 의원이 성진학교 설립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 최 의장은 이날 집회 현장을 찾아 “본회의 때도 원안대로 가결될 것”이라며 “(저희도) 학부모들과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본회의에서도 소중한 우리 학생들이 환대의 공동체에서 차별 없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데 모두 뜻을 같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본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대로 오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