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아동학대 행위를 신고한 사건에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3일 초등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에서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는 재판부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서울 한 공립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교 다닌 거 맞아?”, “뭔지도 모르고 손드는 거야 저 바보가”, “쟤 맛이 갔어, 쟤는 항상 맛이 가 있어” 등의 발언을 했다. 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후 이 같은 내용을 녹음했고, A씨를 신고하며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녹취 파일은 형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교육청 징계 과정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A씨는 징계 절차에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5월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정직 처분에 불복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정서적 학대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이 징계절차에서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공개되지 아니한 사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도록 하고 그 대화 내용을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비춰,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 양정은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이 직접 현출되지 않은 징계절차에서 원고가 처분사유를 모두 인정했다”며 “설령 이 녹음파일을 들었기 때문에 징계절차에서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공개된 교실에서 여러 학생이 있는 상황에서 한 원고의 발언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지도·교육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훈육 수준을 넘어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는 위 행위를 저지른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고, 정직 3개월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실에서 학부모 등에 의한 ‘몰래 녹음’을 통해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신고하는 행위는 교육계에서 교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큰 사안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해서도 1심 법원이 녹음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고 해당 교사와 검찰이 모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