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 넣어 아동학대 신고…2심 “교사 정직 정당”
작성 2025-04-04 17:44:47
업데이트 2025-04-04 18:53:22
대한민국법원 로고 ⓒ사진=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아동학대 행위를 신고한 사건에서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3일 초등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에서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는 재판부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서울 한 공립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교 다닌 거 맞아?”, “뭔지도 모르고 손드는 거야 저 바보가”, “쟤 맛이 갔어, 쟤는 항상 맛이 가 있어” 등의 발언을 했다. 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후 이 같은 내용을 녹음했고, A씨를 신고하며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녹취 파일은 형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교육청 징계 과정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A씨는 징계 절차에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5월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정직 처분에 불복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정서적 학대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이 징계절차에서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공개되지 아니한 사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도록 하고 그 대화 내용을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비춰,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 양정은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이 직접 현출되지 않은 징계절차에서 원고가 처분사유를 모두 인정했다”며 “설령 이 녹음파일을 들었기 때문에 징계절차에서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공개된 교실에서 여러 학생이 있는 상황에서 한 원고의 발언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지도·교육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훈육 수준을 넘어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는 위 행위를 저지른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고, 정직 3개월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실에서 학부모 등에 의한 ‘몰래 녹음’을 통해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신고하는 행위는 교육계에서 교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큰 사안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해서도 1심 법원이 녹음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고 해당 교사와 검찰이 모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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