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와 ‘이달은 이럴 경제’] “앞으로의 경제 판도는 물이 바꾼다”
작성 2024-10-28 10:23:40
업데이트 2024-11-15 10:43:43

[박정호와 이달은 이럴경제] ‘경제 일타강사’ 박정호 명지대 교수가 매월 꼭 알아야 할 경제 이슈를 전합니다.

박정호 교수는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 /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달의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를 짚어달라 요청했더니 ‘환경’이란 답이 돌아왔다. 최근 ‘경제 일타강사’로 불리며 ‘손에 잡히는 경제’를 전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박정호 명지대 교수의 답이다. 경제를 짚어달라는데 전기차 업계 전망도, 금리도, 부동산 이슈도 아닌 환경이라니. 재차 물었더니 박 교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환경을 빼놓곤 경제를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단언컨대, 환경을 알아야 경제가 보입니다.”

-환경이 경제를 좌우한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환경 이슈에 소비자가 움직이고, 기업이 뛰고, 정부나 글로벌 정책까지 반응합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과거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구호’로 쓰이고 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거죠.”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요.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을 다들 아실 겁니다. 젠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 아주 중요해진 것처럼, 이젠 ‘기후인지 감수성’의 시대가 온 셈입니다. 과거엔 10대와 20대 일부가 스스로를 기후위기로 인해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멸종위기종’이라고 느낀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면, 최근엔 4,50대에게까지 이런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친환경 기조에 올라타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심한 경우 ‘보이콧’ 캠페인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돈이 ‘친환경’ 기조에 모이니 투자, 정책의 흐름도 바뀌고 있습니다.”

-탄소배출량, 친환경 에너지 등 환경 안에서도 다양한 주제가 있을텐데요.

“제가 주목하는 건 단연코 ‘물’입니다. 물이 모든 걸, 특히 경제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물이라구요?

“피부로 잘 와닿진 않겠지만, 물은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에는 더욱 그렇죠. 첨단산업인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평택, 용인, 이천의 공통점이 뭔가요? 바로 ‘곡창지대’라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물을 대기 좋은 평야 지역들입니다. 이건 국내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만큼 물이 산업과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데, 그 물이 부족해지고 있으니 경제적으로도 큰 위기가 닥친 겁니다.”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느껴지나요.

“’가상수’라는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죠. 가상수는 쉽게 말해 ‘물 발자국’입니다. 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탄소배출량 전체를 계산하자는 개념인 ‘탄소발자국’처럼, 생산 과정 전체에서 직간접적으로 쓰인 물의 총량을 계산하는 겁니다. 물론 이 개념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다만, 일부 생태주의자들의 주장으로 생각되던 것이 주류 경제 논의점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실제 경제를 돌리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겁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나라가 있을까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죠. 일부 국가는 생활용수까지 단수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니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인접국들은 함께 산을 복원하자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죠. 미국, 캐나다 역시 산림파괴로 인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록키 산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스페인-프랑스도 마찬가집니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물이 부족해질 경우 생겨나는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단 사실을 공유하는 겁니다.”

가상수는 1993년 영국의 킹스칼리지 런던대 지리학 교수인 토니 앨런이 만든 개념이다. 예를 들어 커피 1L를 내리는 데 쓰인 물의 양을 따진다면, 일반적으로는 1L의 물을 사용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가상수 개념을 적용하면 커피 1L를 만드는 데는 물 1,056L가 사용됐다. 커피 나무를 기르고, 물을 주고, 커피를 수확하고, 다시 우리 앞에 오기까지의 모든 이동 과정에 들어간 물을 계산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 ‘가상수’ 개념은 최근 몇 년 사이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특히 경제 활동에 물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 저서로 널리 알려진 미국 출신의 세계적 석학 제러미 리프킨도 올해 발표한 신간을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물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가상수 개념을 기반으로 경제 위기 가능성을 가늠해보면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식량 수입국가”라며 “단순히 수입하는 쌀, 채소, 고기 등의 식량을 재배하는 데 드는 물의 양을 따지는 게 아니라 실제 그 식량이 해당 국가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쓰이는 물의 양을 따져보면 어마어마한데, 만일 해당 국가에서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로 대표되는 환경의 중요성이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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