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홍보 업계에 새로 진입하는 후배들을 위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홍보업계에 이미 진입해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이쪽 업계에 들어오려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의 글이다.
홍보는 회사와 관련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활동, 업적, 계획을 알리고, 이를 통해 그들을 설득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말한다. 홍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흔히 ‘홍보맨’이라고 부른다. ‘홍보맨’을 바라보는 사회적 평가와 인식은 다양하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많다.
한 때 업계에 “홍보가 기가 막혀”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민요풍의 인기 가요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20여년 전 대기업 총수들이 각종 비리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될 때 언론취재를 몸으로 막아내던 홍보실 직원들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그린 말이다. 기업에 위기상황이 발행하면 홍보 담당자들은 언론과 대중을 최일선에서 상대하며 말 그대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클라이언트나 소속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뛰어야 한다.
‘홍보가 기가 막히는’ 상황도 있지만 ‘기가막힌 홍보’로 성공사례를 만드는 홍보맨들도 주목받는다. 이들은 대중을 사로잡는 기획으로 히트상품과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회사의 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이미지를 개선시킨다.
홍보맨들이 선수로 뛰는 그라운드를 ‘홍보업계’라고 해보자. 여기서 키워드는 ‘홍보업(業)’이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업’을 ‘일’로 바꾸어 읽어도 된다.)
삼성그룹에서는 ‘업(業)의 본질’을 아주 중요하게 가르친다. 신입사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라”라는 선대 회장의 가르침에 집중한다. 이건희 회장은 “나는 일의 본질을 모르고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홍보업에서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서 나는 ‘홍보 마인드’로 요약하고 싶다. 홍보 업무에서 ‘일의 본질’은 ‘홍보 마인드’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과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 홍보마인드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째, 핵심 꿰뚫어보기. 신속한 상황 파악 능력이다. 홍보 담당자들은 일선에서 기자들을 커버해야 한다. 기자들은 빠른 보도(속보)가 생명이다. 경쟁 매체보다 더 빨리 현장에 가야하고, 뉴스 주인공을 만나야 하고, 코멘트를 받아내고, 키워드를 뽑아내야 한다. 이런 기자들을 상대해 준비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 홍보맨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강대 신호창 교수는 “평소 언론에 등장하는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내가 홍보 담당자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또 자기 전공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으려 노력해야 한다. 사회 이슈를 놓치지 말고 뉴스를 팔로업해야 한다. 잘 쓴 컬럼을 정독하고 파일링하는 것도 좋다.
둘째, 사람의 마음 움직이기. 상대방, 다른 사람, 일반 대중,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 감정선을 때리는 작업이 홍보 마인드의 또 다른 핵심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여론의 감정선이 어떤 상태인지를 잘 알아내야 한다. 무엇이 여론의 감정선을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정서와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심리학, 뇌 과학, 인류학, 정치학, 역사학의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경지에서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홍보’ 하면 주로 언론홍보만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공중(퍼블릭)과의 관계 전반을 말하는 것이다. 언론 홍보가 중요하지만 전체 활동의 일부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홍보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다. 실제로 가장 어려운 것이 홍보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소식이 사람들에게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사회와 정치, 경제 전반 등 사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담당하는 홍보 분야의 집단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특정한 쟁점을 공유한 집단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 인문 사회학적인 접근, 정치적인 접근, 심리학적인 접근까지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엔 뇌 과학, 인지과학적 접근까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보 ‘업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니 문장 하나가 완성됐다. “사안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이 문장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 싶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을 관통하는 원리라고 할만하다. 그만큼 홍보맨의 업무는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전통적 관념에서 보면 ‘홍보맨’은 기업의 홍보부서, 홍보대행사 등에서 일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도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1인 홍보 컨설팅 회사들이 활발하게 고객 서비스를 펼친다. 소수 정예 스타트업 주자들은 홍보 마인드를 기본 무기로 갖추고 있다. 콘텐트 기획자들의 성패도 결국은 앞서 이야기한 홍보 마인드를 갖췄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1인 창작자, 1인 기업, 프리랜서 기획자의 시대에 홍보업계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다.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매체에 따라 종사하는 분야도 확장되고 있다. 업계가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나, 전문가로서의 ‘홍보맨’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떤 업계에서 일을 하든,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어느 부서에서 일을 하든, 큰 조직에서 일하든 1인 전문가로 혼자 일을 하든 갖춰야될 가장 중요한 자질. 바로 홍보 마인드이다. 바야흐로 우리 모두 홍보맨의 시대가 된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이 글은 홍보업계에 진입하는 후배들을 위한 것이 아닌 게 되었다. AI 시대, 혼돈과 대변혁의 시기에 홍보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희망한다.
박희균 비즈컴 대표는
現 비즈커뮤니케이션앤컨설팅 대표이사
現 공주문화관광재단 이사
前 이네트(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
前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 (사회부/ 경제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