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서울시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AI 동행버스’가 60대 이상 시니어들을 찾아간 것이다. 서울 AI 동행버스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체험 공간으로,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사용하기 쉽도록 고안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어르신들은 AI 기기를 통해 치아, 눈, 정신(치매) 등의 건강 상황을 직접 진단했다. 또한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운 후 키오스크와 AI기능이 접목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인지력, 기억력 강화를 위한 게임과 콘텐츠를 즐겼다. 또한 정서교감 및 생활관리 기능을 갖춘 AI로봇을 체험해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체험장 안에선 어르신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게 진짜 되네?” 키오스크 사용 등 점점 디지털화 돼가는 세상 속에서 소외됐던 어르신들은 처음으로 기술의 발전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현장을 보도한 한 매체에 따르면 참가 어르신 중 한 명은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웠으니 이제 나도 차표도, 음료도 살 수 있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도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관산중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에듀테크 기술이 소개됐다. 재학생의 86%가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된 이 학교는 서울대학교 다문화교육연구센터와 함께 개발한 AI 기반 다문화 기초학력 진단 평가지를 개발해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수업 내용을 중국,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 언어로 실시간으로 번역해주거나,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은 물론 기초학력을 평가하고 맞춤형 교수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부모를 따라 이주해오며 한국에 살게 된 중도입국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소외된 이주배경 아동들이 자신의 상황, 수준에 맞는 학습을 지속하게 되면 지역사회 내 적응을 도우면 결국 지역사회 내 면학분위기도 조성되고, 이들의 대한민국 적응을 도우면서 지역사회도 활성화될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산중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다양한 지역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줄을 잇지만, 최근 이 같은 몇 사례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AI 기술이 기술과 자본을 독점한 기술 기업의 독주를 돕거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젊은층만을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다.
기술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뒤처지는 사람은 버려두고 승자만 기억하는 경주가 될 수도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될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이 어던 방향으로 가야 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그것이 교육과 관련된 기술일 때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