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가 또다시 존폐기로에 놓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별 AIDT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해 대선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AIDT 정책이 폐기될 수 있어서다. 시행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정책이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교육업계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AIDT 정책 전면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학교의 자율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성급하게 AIDT를 도입하면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앞서 민주당은 AIDT 도입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교과서 지위를 지켰지만 채택 여부는 학교별 자율에 맡기면서 도입률이 30%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AIDT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는 AIDT를 활용한 학생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전반적인 학력 제고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후보는 AIDT뿐 아니라 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한 에듀테크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의 공약이 엇갈리면서 교육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AIDT가 교육자료가 될 경우, AIDT 발행사들은 그동안 개발에 쏟아부은 수백억 원 투자 회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교육자료는 학교나 학부모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AIDT가 교육 현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AIDT 발행사의 손실로 이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육 현장의 자율성과 선택권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교육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이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AIDT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도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만큼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경우 발행사들이 집단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