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번이/번번히
오래도록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9시 출근이면 9시부터 업무 시작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9시까지 도착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회사의 분위기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김제트씨의 회사는 9시 땡! 하면 업무를 시작하는 문화라고 하네요. 김제트씨는 신입 시절부터 팀장님에게 10분 일찍 다니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다녔습니다. 김제트씨가 지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9시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모니터 켜고, 텀블러 씻고, 물을 떠와서 자리에 앉으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늘 10분 정도 업무를 늦게 시작하기 때문이죠. 팀장님이 아무리 일찍 다니라고 이야기를 해도 김제트씨는 입사 3년차인 지금까지도 ‘번번이’ 9시 정각에 도착을 합니다. 오늘도 업무를 늦게 시작한 김제트씨. 그를 지켜보던 팀장님은 김제트씨를 회의실로 불러 한 소리 합니다. “김제트씨, 9시부터는 업무를 시작해야지, 어떻게 ‘번번이’ 9시 정각에 도착을 합니까?”라며 말문을 연 팀장님은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도 ‘번번히’ 다녀서 보기 좋은데, 일찍 일찍 다니면 더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는데요. 김제트씨 머릿속엔 ‘‘번번이’와 ‘번번히’? 뭐가 다른 거지?’라는 생각뿐입니다. 여러분도 차이가 궁금하긴 하시죠? 어떻게 다른 걸까요? ‘번번이’는 ‘매 때마다’, 즉 ‘매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번번히’는 ‘번번하다’라는 형용사에 접미사 ‘-히’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인데요. ‘외모 등이 미끈하고 반듯하게’, 혹은 ‘구김살이나 울퉁불퉁한 데가 없이 펀펀하고 번듯하게’라는 뜻입니다. 이해가 되셨죠? 그럼 김제트씨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겠네요. “김제트씨! 아침마다 번번히 스타일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10분 일찍 준비해서 여유롭게 출근해보면 어때요? 번번이 듣던 팀장님 잔소리로부터도 탈출하고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