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맞은 한국 경제… ‘신시장 개척’에 사활 걸어야 산다
작성 2024-11-13 09:33:57
업데이트 2024-11-18 12:04:01
서울 구로구 넷마루 사무실에서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제공 넷마루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트럼프노믹스 2기’ 시대가 열렸다. 세계 각국이 긴장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 세계 경제는 ‘트럼프’라는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서 흔들릴 예정이다.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 미칠 여파는 무엇이고, 또 한국은 어떻게 살길을 찾아야 할까.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 트럼프 당선으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뭘까요.  

“무엇보다 ‘고관세’ 정책이죠. 그로 인해 국제 통상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국 제품에는 무려 60%의 관세를 취하겠다고 했고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큰 무역 흑자를 내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대한 장벽이 높아졌다는 뜻이군요.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이 수입 관세율을 높이면 세계 여러 나라들도 따라서 관세율을 높일 게 뻔하죠. 그러니 전 세계 교역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는 ‘제2차 무역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이미 트럼프는 대통령이던 2018년에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인 전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먼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자, 중국이 관세율을 높이며 시작됐던 그 무역 전쟁이요. 미국을 포함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나라가 많아 중국에 대한 관세 전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 무역 전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전체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 수출 길이 막히는 거니까요.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긴 거죠.”

– 또 다른 변화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금리가 낮아질 겁니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론자’예요. 기업들의 사업 조달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저금리를 선호하죠. 그래서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 정책에 개입해 금리를 인하하려 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당선 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제롬 파월 의장 대신 저금리와 느슨한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 연준 의장과 연준 위원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인하하면 자산 시장 소비 활성화가 일어나 물가는 상승할 것입니다.”

–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트럼프는 고관세 및 감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유발 위험을 높였어요. 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었죠.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는 수입품은 물론 원자재, 부품, 산업재의 가격 급등을 부르고 트럼프가 내세운 개인소득세율 인하 공약 또한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입니다. 여기에 불법 이민자 차단도 트럼플레이션에 힘을 싣겠네요. 이제까지는 불법 이민자들이 저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했었는데, 그들을 대신해 고임금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기에 생산비가 상승하고, 그러면 당연히 물가가 오를 테죠.”

 

◇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노믹스 2기’… 한국 경제는 ‘빨간불’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세운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Once Again)’이다. 이 기조대로 트럼프노믹스 2기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대한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던 ‘친환경’ 바람도 트럼프노믹스 2기의 ‘경제 일변도’ 기조에 부침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미국의 경제 성장을 최우선하겠다는 뜻이군요.

“세계 경제를 미국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최대한 미국과 기업을 우대하겠다는 걸 천명했죠. 현행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이 약 21%인데 미국 제조기업에만 법인세율을 15%까지 인하해 미국 내에서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겁니다. 이 기조대로라면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 정책이 폐기될 확률이 높습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할 거란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파리 기후협약 탈퇴이기도 하니까요. 이 여파로 세계의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산업은 제동이 걸리기도 하겠네요. 트럼프가 벌이는 이 모든 일의 핵심에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의 모든 밸류 체인을 미국에서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야말로 비상사태죠. 미국이 설계부터 소재, 장비, 생산, 판매, 서비스까지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가져간다면 미국에 자동차 및 반도체를 수출하며 먹고 사는 한국 경제엔 빨간불이 켜질 겁니다. 미국은 AI, 반도체, 전기차, 자율주행차, 심지어 우주산업까지 미래 유망산업이라면 전부 미국 안에서 밸류체인이 이뤄지도록 만들 겁니다. 현재 5년여에 걸쳐 국가 전략으로서 경기도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데요. 만약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게 되면 우리나라의 이런 노력이 다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반면 가상화폐 분야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자신을 ‘가상화폐 대통령’이라고 칭해온 트럼프가 당선되며 가상자산 시장은 활성화됐습니다. 트럼프는 일찍이 비트코인을 일종의 화폐로 인정해 주겠다고 했었는데요. 일례로 비트코인·도지코인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관련 종목들도 상승했습니다. 가상화폐 예찬론자, 기업 중심주의자들에게는 가장 큰 기회가 열린 것이죠.” 

– 우리나라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신시장 진출입니다. 현재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상 전쟁이 벌어지며 지정학적 재편이 이뤄지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도 이 변화에 맞춰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공장 이전에 대응해 ‘제2의 중국’, ‘제2의 제조기지’를 찾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국과 미국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이제 대미 수출이 불투명해진 지금,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한국의 새로운 개척지로 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봅니다. 인도는 OECD 2024년 경제성장률 6.7%, 2025년 경제성장률 6.8%를 보이며 OECD국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GDP 대비 외국인간접투자(FPI) 순유입액 비율 또한 중국은 줄어드는 반면에 인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요.”

써 돌아온 트럼프와 함께 세계 경제 지형은 재편되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며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과 정책을 탓하기보단 그 정책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기회와 위기 앞에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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