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사진과 짧은 영상이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가 열어젖힌 숏폼의 시대는 모든 걸 직관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말은 짧을수록 좋고, 영상과 사진도 간단하면 좋다. 굳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콘텐츠가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고, 어느 순간 “사고” 하는 과정 자체가 짧아져 버린 현실을 마주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텍스트” 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텍스트힙이라는 트렌드 때문이다. 여기서 힙이라는 단어는 멋있다는 의미다. 즉, 텍스트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직후 이어진 흐름은 텍스트힙을 더 주목하게 만들었다. 저마다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고,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을 SNS에 올렸다. 글을 쓰고, 함께 읽었던 과거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독서보다는 SNS에 무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의 일부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텍스트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현상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힙 트렌드 가장 빠르게 포착한 ‘네이버’…. 1020 이용자 유입 ‘성공’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처음 주목받던 시기부터 네이버는 빠르게 움직였다. 텍스트힙이라는 단어를 아예 전면에 내세우며 블로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타겟도 명확했다. SNS가 가져오는 피로감에 지쳐가고 있는 1020세대를 노렸다.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다. SNS와 함께 성장한 10대, 그리고 텍스트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상황을 마주한 20대가 과연 네이버의 손짓에 반응할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기존 흐름을 역행하는 새로운 경험을 찾고, 남들과는 차별화된 일상을 꿈꾸는 1020의 관심이 SNS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블로그로 쏠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는 1020의 성향이 결정했다.
네이버 블로그의 올해(2024년) 블로그 창작자와 게시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창작자수가 30% 넘게 증가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증가폭이 높았다. 10대는 55%, 20대는 52% 증가했다. 물론 이 통계에 대해 1020의 블로그 진입비율이 낮았던 탓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게 아니냐는 물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1020이 반응하고, 또 1020이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분명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네이버가 마케팅을 통해 블로그에 유입시키고 싶었던 세대가 바로 1020이고, 블로그에서 가장 멀어져 있던 세대도 1020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마케팅을 위해 “일기” 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텍스트힙을 바탕으로 “글” 에 관심을 가지게 된 1020세대가 SNS에 일상을 기록하듯 블로그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타겟의 성향과 트렌드를 결합한 네이버의 판단은 적중했다. 실제로 일기를 쓰기 위해 블로그에 진입한 1020세대가 많았고, 관련 이벤트는 조기종료가 될 정도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네이버는 일기쓰기를 챌린지 형태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리워드로 주는 이 이벤트는 그리 크지 않은 리워드 규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조기 종료가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덕분에 네이버 블로그는 일기를 쓰기 위해 블로그에 진입한 1020세대 사용자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편견 버려야 트렌드 보인다
네이버의 텍스트힙 활용을 보며 기억해야 할 건 2가지 사항이다. 1번째로 “편견” 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 1020은 SNS세대라 글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로그에 접근하는 1020세대의 모습을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긴 분량의 글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더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1020세대가 개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각자 선호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간략한 글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번째는 새로운 경험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텍스트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사진과 영상으로 소통하거나, 혹은 글과 멀리 지냈던 세대다. 그러니 글이 새롭다. 기존 흐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텍스트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인생네컷이 왜 인기였는가? 사진을 인화하는 경험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트렌드에서 낡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텍스트는 힙하다. 이 멋짐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가 지금 “글” 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쓰고, 공유하고, 함께 느끼는 과정을 이해하고 마케팅에 적용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