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균의 홍보가 기가막혀] 홍보맨과 기자는 동업자다
작성 2025-02-05 10:26:50
업데이트 2025-02-05 10:42:10

기자와 홍보맨이 동업자라고 하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동업자는 사업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영어로 ‘파트너(partner)’라고 한다.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사업을 같이 하는 파트너라고?

나는 일간지 취재기자로 10년 가까이 일을 했다. 그리고 홍보 PR 업계로 직업 전환을 해서 20년 넘게 종사하고 있다. 기자와 홍보맨 양쪽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두 직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서로 상대방을, 상대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다.

 

“잦은 연락, 전문성 부족…” vs “매너 없는 태도” 기자와 홍보맨의 동상이몽

홍보회사에 입사한 주니어 직원들은 일을 배워가면서 기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된다. 처음 시작은 전화 접촉이다. 신규 고객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먼저 각 언론사별로 담당 기자(출입기자)를 확인해야 한다.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에는 일일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료를 잘 받았는지 확인하고 자료 내용을 압축해서 설명해야 한다. 기자간담회 같은 언론 행사가 있을 때에는 가급적 기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연락해서 참석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 하나하나가 연차가 짧은 직원들에게는 극한의 업무이다. 우선 기자들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왜 바쁜 데 자꾸 전화하냐?”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아냈냐?” “알아서 할 테니 이메일이나 보내라” 등등 무성의하고 차가운 대답에 익숙해야 한다. 경험상 기자 연차가 높을수록, 매체 영향력이 낮을수록 홍보 담당자들을 대하는 기자들의 태도는 나이스한 매너와 거리가 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입직원들이 기자들과 전화 접촉을 한 뒤 인생의 쓴맛을 느끼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직원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

이런 것들이 홍보맨들의 애환이라 한다면, 이번에는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가끔 현장에 있는 기자 후배들을 만나면 “직원들 교육 좀 잘 시키세요”라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들은 “마감시간 앞두고 한참 집중해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자꾸 전화를 한다”고 불평한다. 보도자료를 보고 궁금한 점이 있어서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우물쭈물 답변을 못한다고 지적한다. 전후맥락이나 백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기사를 써달라고, 행사에 참석해 달라고 조르기만 한다는 것이다.

 

진짜 홍보맨, 기자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해 ‘동료’ 돼야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냉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말한다면 전문 직업인으로서 홍보맨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자들의 직업적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주로 하루 단위로 움직이는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로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완벽한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전화든, 대면 미팅이든 기자와 접촉할 때에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직업적 자부심이 높은 기자들의 자존감을 인정하고 높여주면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참고로 이 영어문장을 권하고 싶다. “Never meet the media unprepared!” 비즈컴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트레이닝센터의 슬로건인데 홍보맨이라면 외우고 곱씹을만하다!)

기자와 홍보맨 관계의 지표가 되는 격언으로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다. 기자와 홍보 전문가 사이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상호 긴장 속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 격언을 오늘에 맞게 ‘레벨 업’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홍보담당자는 기자에게, 기자는 홍보담당자에게 한발씩 더 가까워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언론 보도와 홍보라는 업계에서 두 역할은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 보완하며,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홍보회사 직원들은 신규 고객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제안서 작업을 해야 한다. 고객들을 설득할만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환경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고, 소규모 여론조사를 하기도 하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유능한 홍보맨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기자의 도움을 받는다. 한정된 시간과 조건에서 핵심을 재빠르게 낚아채야 하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큰 도움이 된다.

“기자는 최고의 마케터”라는 말이 있다. 기자들은 자신이 커버하는 영역, 분야, 업계, 기업 및 기관의 정보뿐 아니라 넓은 시야에서 맥을 짚어내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언론인들을 자신의 휴먼 네트워크로 확보하고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로 확장시킨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거꾸로 기자들은 취재원이자 정보 제공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홍보맨을 활용한다. 언론계 전문용어(?)로 “길목을 지킨다(게이트 키핑)”는 말이 있다. 출입처나 관련 분야를 효율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휴먼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짜놓는다. 유능한 기자들은 중요한 길목에 진짜 전문가를 확보함으로써 물샐틈없이 동향을 파악하고 특종을 건져낸다.

실제로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일수록 홍보맨들과 자주 대화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다. 홍보맨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유능한 기자의 길목을 지키는 전문가가 되어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과거 기자와 홍보 담당자는 ‘갑을관계’ 라고 했다. 요즘 그런 말을 한다면 원시인 취급을 받을 지 모른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 대 전문가’로 만나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이다. 젊은 기자들과 홍보담당자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만나고 교류한다. 취재 과정에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격의없이 대화한다.

이 같은 흐름의 정점에 직업간 이동현상이 있다. 기자 출신 홍보맨은 이미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홍보전문가 출신 기자는 아직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미디어 생태계가 다양화하면서 속속 등장할 것이다.

각 분야별로 전문기자들이 미디어를 이끌어가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기자-홍보 전문가 사이의 벽이 거의 없다. 홍보맨이 언론인으로 변신해 기자 생활을 하다가 다시 홍보업계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제 실행에 옮길 차례다. 나의 처지를 존중해주고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수 있는 동업자를 찾아보자. 신입 기자 시절 한 선배의 충고가 아직도 기억난다. “앞으로 출입처 별로 1명씩만 진정한 친구를 만든다는 목표로 기자생활을 해라. 그러면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홍보업계 후배들에게 이렇게 패러 프레이즈 해보았다. “홍보 전문가로 일하면서 매년 5명씩만 기자 동업자를 만들어라. 그러면 성공이다”.

 

박희균 비즈컴 대표

現 비즈커뮤니케이션앤컨설팅 대표이사

現 공주문화관광재단 이사

前 이네트(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

前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 (사회부/ 경제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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