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팁스칼럼] AI 교육과 중국굴기의 그림자
작성 2025-03-12 18:21:31
업데이트 2025-03-24 17:12:38

온 나라가 ‘AI 활성화’로 난리통이다. 국가가 AI 관련 수조원대 펀드를 만들어 직접 육성한다느니, 관련 학과를 늘리겠다느니 앞다퉈 ‘AI 세계대전에서 지면 미래는 없다’고 아우성이다. 급기야는 AI로 국가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소버린 AI’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모든 시도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AI가 미래 경제, 사회적 패권 확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인 것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사실이다. ‘IT 강국’이란 점을 발판 삼아 부족한 인구와 좁은 국토를 가지고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가 AI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미래 과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에 있다.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뭐라도 해보자’ 하는 식으로 정책을 운영할 순 없다. 냉정히 따져볼 때, 우리나라는 어차피 AI 패권전쟁에선 후발주자다. ‘오픈 AI’도, ‘엔비디아’도, ‘딥시크’도 없다. 일본이 몇 년간 사회 제도 개선과 투자를 통해 일궜다는 AI 스타트업 인프라는 물론 차세대 인재를 양성할 AI  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어차피 속도전에서 밀렸다면 부랴부랴 속력을 내기 전에 방향을 점검하면 어떨까. 후발주자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말이다. 바로, 선두가 한 실수를 제대로 반면교사 삼는 것 말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AI 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I 속도전에서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딥시크’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 충격을 주더니, 30대 중반도 채 안된 AI 천재들의 포진으로 속속 다른 AI 모델이 등장할 거라며 자신만만한 상황이다. 어제 폐막한 양회에서도 중국 정부는 ‘AI와 딥시크로 첨단산업을 민간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으로 약 20조원 이상을 AI 분야 기업, 인재 양성에 쏟아붓는단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밝은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가 주도해 성과 중심으로 이끈 AI 개발의 어두운 뒷면도 속속 보도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저장대 특별초빙교수인 류웅펑 교수가 4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이지만, 과로사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저장대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평의 모교이며, 류웅펑 교수는 과학과 전자 분야 특허만 48개를 보유한 유능한 학자였다. 고인의 가족들은 그가 지독한 과로에 시달렸다며 지난 1년간 9시 이후까지 근무한 날이 253일, 출장은 135일이었다. 작년 3월부터 그가 뇌출혈로 쓰러진 올해 1월까지 법정 근무일은 183일이지만 류 교수는 319일을 일했다. 고인의 아내는 “류 교수는 이런 생활을 18년간 지속했다”며 “과학 분야의 지나친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AI 교육 분야는 특히 이런 반면교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현행 AIDT(인공지능 교과서) 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물론 의대 정원 문제 등 ‘백년대계’라 불리는 교육 분야에서도 급한 마음에 부화뇌동하는 정치권들의 손바닥 뒤집는 듯한 태도로 현장과 학생 당사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AI 교육으로 원하는 것이 ‘AI 교육을 진행했다’는 안도감인지, 진정한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확보하고 패러다임을 획득하는 일인지 고민해볼 때다.

특히 우리나라는 집약적, 속도 중심 성장의 그림자를 뼈아프게 겪어온 나라다. 그로 인한 빈부격차와 공동체 의식의 저하 등은 물론이고 저출생, OECD 자살율 1위 등의 아픔을 이미 겪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죽을 각오로’ 덤비는 AI 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겠지만, 제대로된 방향 설정 없이 속도만 내다간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교육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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