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에듀테크의 미래는 불안하다. 어떤 후보가 에듀테크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조차 힘들어서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등 주요 후보들이 교육 관련 정책을 내놓거나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고 있지만, 에듀테크 현안에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찾아보기 힘든 게 이유다.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 교육계 현안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당의 계보나 정치적 입장에 따른 과거 공약을 반복한다는 비판은 이미 많은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후보들이 지방국립대를 활용해 서울대에 준하는 10개 거점대를 만들겠다는 ‘서울대 10개(이재명)’라거나 서울대와 지방 거점대가 지도교수, 전공 수업등을 공유하며 같은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공동학위제(김문수)’등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모두 실효성이 부족한 ‘공약을 위한 공약’이란 지적이 거센 것이다.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사회적 반발을 잠재우고 재원을 마련할 구체적 실현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등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짠 듯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외면받고 있는 것이 AIDT 문제다. 모든 후보가 앞다퉈 ‘AI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거나 ‘AI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AIDT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AIDT 역시 이를 둘러싼 교육계 관계자들의 입장 차가 첨예한 상황이다. AIDT 도입이 신중해야 한다거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적극 추진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크기 때문에, 선명한 입장을 표했다가는 반대편의 표가 ‘우수수’ 떨어질 수 있기에 의견이나 공약 발표를 꺼리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갈등이 커진 이유 역시 정치권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1년만에 AIDT를 추진한다고 공표하고 민간 기업의 참여와 대규모 투자를 독려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사업 내용을 바꿔 그 경제적 손실은 모두 에듀테크 기업들이, 혼란한 AIDT 상황으로 인한 피해는 의사결정에 참여한 적도 없는 학생들이 보고 있다. 아이스크림, 천재교육 등 국내 굴지의 에듀테크 기업들은 이 여파로 사업부를 폐지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행정부의 수장이 될 대통령을 이미지나 뜬소문이 아닌 공약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얘기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추상적인 말이나 느낌이 아니라 해당 후보가 내건 정책 공약을 보고 투표에 참여하고, 당선되면 공약을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이 건강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이런 내용을 뜻하는 ‘매니페스토 선거’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발언이나, 좋은 일을 하겠다는 추상적 발언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 반대 세력의 표심 이탈을 두려워해 정확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 후보자들만 있는 선거 판도에선 제대로 된 고민조차 불가능하다. 활로를 세계화로 찾을 정도로 실력과 완성도는 뛰어난 국내 에듀테크 산업이 고사하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확한 대안과 해법, 입장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미 AIDT 정책으로 뒤통수를 맞은 업계는 여전히 휘청거리고, 더는 버틸 힘이 없다. 말과 이미지가 아닌 정책과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