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상식 벼락치기] AI 시대 ‘HBM 전쟁’ 벌이는 ‘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승자 누가 될까
작성 2024-11-18 09:48:55
업데이트 2024-12-04 10:08:24

뉴스 속 너무 먼 시사상식 자연스럽게 아는 척 하고 싶다면? ‘시사상식 벼락치기’가 지금 제일 중요한 시사상식 핵심만 쉽고 빠르게 알려드립니다.

사진=SK하이닉스

 

‘5만 전자’, ‘20만 닉스’. 흔히 투자자들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부르는 말이다. ‘5만 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 5,000원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을, ‘20만 닉스’는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만 원대를 향해 고공 행진하는 현상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와 2위를 다투는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상황. 대체 두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배경엔 ‘HBM 전쟁’이 있다. HBM 전쟁’ 3분만 투자해 벼락치기로 알아보자.

 


 

인공지능(AI)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인 AI 기술을 구현할 하드웨어 칩 ‘AI 반도체’가 함께 부상했다. AI뿐만 아니라 5G,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지금 AI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대표주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를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다. 단 두 기업의 성적표가 다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으로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 7조 300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크게 앞질렀다. 삼성전자 DS부문 3분기 영업이익은 3조 8,6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의 55%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칩 업계 1위 삼성 반도체를 추월하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는 AI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AI 성능 극대화를 위한 필수품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의 약 54%를, 삼성전자는 약 41%를 점유하고 있다. AI 시장 가장 큰 손인 ‘엔비디아’에 HBM 물량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뒤를 삼성전자가 바쁘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HBM 경쟁을 1라운드라고 했을 때 그 승자는 SK하이닉스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IT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에 따르면 2024년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0% 성장한 141억 달러(19조 원)로, 2025년은 약 40% 성장한 199억 달러(27조 원), 2029년은 377억 달러(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전쟁’ 1라운드 결과 앞에서 걸음을 멈출 리 없다. ‘차세대 HBM’의 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막이 오를 ‘HBM 전쟁’ 2라운드 승기는 누가 잡게 될까. 

 

◇ 메모리 칩 ‘만년 2등’ SK하이닉스 어떻게 HBM 왕좌 올랐나

2013년 SK하이닉스는 1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도 2015년 1세대 HBM을 상용화한 HBM 2세대(HBM2)를 내놓으며 시장에 함께 진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HBM 3세대(HBM2E)를 먼저 개발하고 양산한 삼성전자가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9년 말 돌연 HBM 전담 연구개발팀을 사실상 해체 시키고 사업 축소에 들어갔다. HBM은 개발 비용이 높고 생산 공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비주류 메모리 칩으로 고객군이 극히 한정되어 있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이후 대량 생산으로 단기적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고 수익성이 보장된 범용 메모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한발 물러난 HBM 판에 남아 자리를 지켰다. 모두가 HBM의 시장성을 의심할 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은 컴퓨터 시스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과감히 베팅했다. 그렇게 개발과 투자를 이어 나간 결과 2021년 10월, 마침내 HBM 4세대(HBM3) 8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 향후 이 HBM 4세대 8단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개화 시기와 맞물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에 탑재됐고,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23년 4월엔 한 번 더 HBM 4세대(HBM3) 12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 3월에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 5세대(HBM3E) 8단을 납품했고, 지난 9월 양산을 시작한 12단 제품은 올해 4분기 중 출하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모델 ‘블랙웰(Blackwell)’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HBM 5세대 제품은 내년 엔비디아의 HBM 주문량 중 약 8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SK하이닉스에 밀려 삼성전자의 위치는 여전히 뒤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 5세대를 납품하고 있지만, 아직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 중이다. 최근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4분기 중 엔비디아향 HBM 5세대 확대 판매 계획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 ‘6세대 HBM’ 전쟁에서 반전 노리는 삼성전자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전쟁’ 2라운드를 통해 선두 탈환을 노리고 있다. 2라운드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HBM 6세대(HBM4)’를 겨냥하겠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2026년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과 2027년 ‘루빈 울트라(Rubin Ultra)’를 출시하는데, 여기에는 각 8개, 12개의 HBM 6세대가 탑재될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BM 6세대를 먼저 공급하기 위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차세대 HBM 시장을 잡을 수 있는 ‘큰 장’이 열린 지금, 삼성전자에는 SK하이닉스에 밀린 실적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HBM 5세대에 목메기보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영역, HBM 6세대에 사활을 거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애초 계획보다 더 서둘러 내년 하반기에 HBM 6세대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 6세대 시장만큼은 사수하기 위해 라이벌과의 협력도 불사할 작정이다. 협력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다. 전 반도체 공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 삼성전자가 자체 파운드리가 아닌 경쟁사 파운드리에 제작을 맡긴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HBM 6세대부터는 HBM의 핵심 부품 ‘로직다이’에 복잡한 파운드리 공정이 요구되기에 자존심을 구길지언정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 6세대 생산을 위해 TSMC와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삼성전자로서는 TSMC 패키징 기술을 SK하이닉스와 같이 쓴다면 성능 격차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HBM 6세대부터 본격 적용되는 새로운 공정인 ‘하이브리드 본딩’의 완성도도 쟁점이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HBM의 D램 칩을 더 얇고 높게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조 방식이다. 먼저 안정적인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구현하는 회사가 HBM 2차 대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삼성전자는 HBM 6세대부터 바로 기술을 적용하고, SK하이닉스는 HBM 7세대(HBM4E)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 6세대의 성공적인 개발과 판매로 반도체 제왕의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엔비디아(고객사)-SK하이닉스(설계 부문)-TSMC(생산 부문)’로 묶인 AI 반도체 3자 동맹이 공고 해지는 이 시점에, 삼성전자는 앞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HBM 생태계를 이끄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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