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법 4세 고시’가 다시 화제다. 4세 고시는 일부 유명 학원이 수강생을 선발하기 위해 4~7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전 레벨 테스트를 말한다. 학원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주로 영어 말하기, 작문, 지능 검사 등 영재성 검사 항목이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4세 고시가 아동을 발달 상태에 맞는 교육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게 해 당사자 아동의 권리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영유아 사교육 과열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교육청이 행정 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유명 학원에선 버젓이 치러진다.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반일제 영어학원 전체 219곳과 부당 광고 의심 학원 29등 총 248개 학원을 특별점검한 결과 11곳이 4세 고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레벨테스트 자체를 시행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만 생긴다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달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지만 이를 빠져나갈 방법은 많다.
법제도를 보완해 보다 법망을 촘촘히 만드는 것은 필요하면서 어느정도 가능한 일이지만, 법(징벌)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망이 지나치게 촘촘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오히려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쉽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중, 오늘 출고된 본지 기사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 지능을 이길 수 없다’가 작은 실마리를 줬다. 인터뷰에 응한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인간의 지능은 과거의 지식을 학습한다는 점에서는 인공지능과 같다. 이 ‘기능’만으로는 속도와 효율 면에서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기능은 거기서 멈추지만, 인간 지능은 거기서 시작한다. 과거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아직 검토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인간과 함께 해낸다. 그래서 인간은 위대한 문명을 이뤄냈다.
4세 고시까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봤다. 어떤 부모가 아직 어린 자녀를 윽박질러 책상 앞에 앉히고 싶겠는가.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양상과 OECD 자살율 1위 국가에 빛나는 대한민국에서 내 자녀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이 4세 고시는 결국 내 자녀의 두뇌를 인공지능형으로 개조한다.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고, 사고력과 창의성, 비판 정신을 키워야 할 나이 암기 기계, 효율 기계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인간을 인공지능형 인간이라 한다면, 가장 효율이 낮고 기능이 떨어지는 ‘도태 기계’ 1순위라는 것이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느리고, 수많은 자원을 먹는 데다 여차하면 백업조차 불가능하다.
인간 지능의 성장과 그로 인한 인간의 생존은 인공 지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키는 때에만 가능하다. 교육은 그를 만드는 유일한 다리다. 인공지능형 인간이 아니라, 인간 지능형 인간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 사회 대한민국이 다시 교육을 돌아볼 때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오늘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국민보고대회에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전국민 AI 교육은 있었으나 이 내용은 없었다. 불안한 미래가 다가온다. 인간 기계들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