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팁스칼럼] 트럼프 ‘닮은 꼴’ 된 대한민국 교육부
작성 2025-09-16 16:46:08
업데이트 2025-09-16 16:46:08
지난 7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AIDT 관계자들이 궐기대회를 벌이는 모습. ⓒ사진=넷마루

‘오락가락’ ‘내쫓다 붙잡고’ ‘자충수’ ‘뒤늦은 달래기’ ‘손 발 따로 놀아’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건을 두고 국내는 물론 자국인 미국 언론까지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같은 분석이다.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경제 기조와 이민자 강력 단속이라는 극우 정치적 기조가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것. ‘투자는 땡큐, 외국인은 노 땡큐!’는 불가능하단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이번 사건은 경제, 국제 정치적 영향은 물론이고 국가 운영의 중요한 원칙을 보여준다. 국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신체와 같다. 나라를 움직이는 여러 행정 조치, 법 집행을 포함한 정책적 기조는 서로 맞물려야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 필요한 것만 취할 순 없다.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혐오를 강조하면서 외국 기업의 발전된 기술이나 ‘좋은’ 노동자만 데려올 수는 없는 것이다. 명실공히 현재 지구상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조차 여기서 벗어날 순 없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AI 디지털 교과서(AIDT) 관련 이슈다. 정부가 발 빠르게 AIDT를 추진하겠다며 국내 유수의 에듀테크 회사들을 모두 불러들였고, 이들에게 맡겨 개발을 진행했다. ‘선 개발, 후 구매’ 약속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를 믿고 비용을 투입해 개발을 완료하고 검정까지 통과했다. 그런데 돌연, ‘전면 백지화’ 조치가 내려졌다. 2025년 1학기 반짝 사용된 AIDT 교과서는 ‘교육 자료’로 격하됐고, 천재교육 등 대기업뿐 아니라 AIDT에 투자했던 스타트업까지 줄줄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문제는 AIDT가 중단된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도미노처럼 ‘여파’에 수십, 수백억을 날린 회사들 중에는 구조조정으로도 모자라 폐업을 고민하는 곳조차 있다고 한다. 해외 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효과가 없어 한국에서도 폐기한 걸 왜 우리가 사야 하느냐”는 반응이 이저기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그렇다’고 공표한 셈이라 그런 질문에 대해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취재원이 속한 기업은 해외에서 유독 잘 나가기로 유명한 기업이었는데, 오히려 AIDT 참여 후 해외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한다.

행정소송의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 정책 변화인데다, 검정을 통과한 후 폐기될 경우 실비를 보상한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물론 ‘갑’과 계약할 때 이런 모든 과정을 계약으로 명문화하고 진행하긴 쉽지 않다.

이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교육 정책 관련해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여전히 “한국 AI 교육과 디지털 전환을 팔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취재원은 교육 관련 장을 지낸 모 인사가 유네스코에서 한국 AI 교육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분해 눈물이 다 났다”고 했다. 국정감사가 다가오는 지금, 이들 대부분은 ‘영전’하거나 ‘부서 이동’으로 책임 있는 자리를 벗어났다. 누군가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고, 누군가는 다른 부서로 갔다. 정책을 만든 이들은 자신의 삶을 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들을 믿고 리스크를 지고 개발한 이들은 생계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사용이 완료된 1학기 AIDT 사용료까지 지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취재원은 이렇게 말했다. “국밥을 먹고도 ‘먹튀’하면 CCTV가 공개돼 전국민의 성토를 받는데, 수백억을 ‘먹튀’한 국가는 스스로에 대한 상찬 뿐이다. 수백억을 ‘먹튀’ 당했는데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국민 AI 전사’를 만들겠다는 정권이 들어섰지만, 정작 AI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은 파산 직전에 몰렸고,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은 현업에서 밀려나고 있다. 생계조차 막막한 상황에 커리어는 ‘배 부른 고민’이다.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트럼프의 꿈은, 그를 다시 왕좌에 올린 ‘반이민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세계의 지존’으로 전 세계를 군림하며 말도 안되는 세금 폭탄을 투하하거나 전쟁에도 관여하던 트럼프 美 대통령이 처음 ‘약한 소리’를 내놓게 된 게 본인의 반이민 정책 때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국가는 세포, 혈관, 장기로 이어진 하나의 신체처럼 수많은 사람들, 이해관계가 움직여 만들어지는 결정체다. 그러므로 국가의 힘의 작동이란 것은, 언제나 모든 일의 ‘총합’적 결과로만 확인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은 넣고, 필요 없는 것은 빼서 만들 수 있는 개인의 장난감이 아니다.

AI 인재 육성, AI 전천후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AI를 가르치고, 만들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 없이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장군은 그를 따라 실제 전장에서 몸을 부딪히는 군인들 없이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음과 마찬가지다.

AIDT 개발사들과 인재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AI 교과서, 정부 AI 교육 따위 관여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하며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들 없이 AI 인재 육성은 불가능하다. ‘AI 인재 육성 따로, AI 업계 죽이기 따로’ 한 나라 안에서 충돌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가 ‘전국민 AI 전사로 육성’은 어떻게 진행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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