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막을 순 없지만 ‘윤리성’과 인간 교사 역할 강조돼야” 전문가들 한 목소리
작성 2025-04-01 10:21:27
업데이트 2025-04-01 19:51:36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AI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제2차 공동 학술포럼’에서 변순용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교육대학교 인공지능융합교육원

“현재 교육계는 ‘생성형 AI’를 삼킬 수도, 삼키지 않을 수도 없는 ‘진공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생성형 AI 도입의 윤리적 ‘명과 암’을 모두 살펴야 합니다.”

교육 현장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및 활용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사향융합체육관에서 ‘제2회 AI·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학술포럼’이 개최됐다. 학술포럼은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원하고 서울대학교·서울교육대학교·인천대학교가 컨소시엄으로 수행하는 교사 재교육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교육계 전문가들이 모여 생성형 AI의 윤리적 이슈와 해법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인용 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변순용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겸 서울교육대학교 인공지능융합교육원장, 유연주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이혜림 청계초등학교 교사가 자리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변순용 교수는 생성형 AI를 ‘지식 생산의 새로운 주체’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변 교수는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답은 ‘닫힌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사실상 통계적 앵무새에 가깝다”고 했다. “생성형 AI는 제공된 데이터 또는 인터넷에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중 확률적으로 유력한 데이터를 제시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인간만이 가진 사유와 추론, 도덕적 판단을 거치지 않기에 학생들에게 비윤리적이고 편향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발표에 나선 유연주 교수 또한 생성형 AI를 교육적 주체로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며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에서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엉터리’ 지식을 내놓는 생성형 AI가 ‘로봇 교사’로서 ‘인간 교사’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의식 없이 생성형 AI에 의존한다면 언젠가 지식을 설명하고 보증하며, 학생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인간 교사의 고유한 권위까지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생성형 AI가 학생의 ‘지적 진실성(Intellectual honesty)’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제를 받은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학습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각 학습 내용의 구조·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식과 앎을 피상적으로 표현하고 과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앞으로 유아 및 청소년 교육에선 ‘AI에 의존하지 않는 능력’이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의 적절한 활용을 위한 다양한 해법도 내놨다. 변순용 교수는 “‘인공지능용 교육과정’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면서 “AI 튜터가 학생의 연령과 학습 수준에 맞춰 어떤 지식을 알려주고 어떤 데이터를 배워야 하는지 교육 과정을 만들어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평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주 교수는 “AI 튜터에게 교육자적 태도도 가르쳐야 한다”며, “의인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혜림 교사는 교육 현장에 AI 기술이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교육의 보조 도구로 적절히 사용된다면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논란의 여지가 큰 생성형 AI를 당장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ntelligent Tutoring System, ITS)’ 활용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ITS는 수준별 맞춤 문제를 제공하고, 오답에 대해 실시간으로 분석 및 피드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교사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ITS를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인 사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현장에 모인 전문가들은 AI 등 디지털 도구가 교실에서 사용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덴 동의했다. 이들은 교사가 수업 도구로서 ‘AI 튜터’를 적절히 활용하고, 이를 도울 ‘AI 튜터 활용 및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계는 생성형 AI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인간 교사와 학생이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지 자문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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