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팁스칼럼] “교육이란 무엇인가”
작성 2025-10-02 17:49:48
업데이트 2025-10-02 17:49:48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추석이란 무엇인가” 지난 2018년 한 일간지 지면에 ‘혜성처럼’ 등장한 칼럼 제목이다.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에 재직 중인 김영민 교수다. 김 교수의 칼럼은 이례적으로 SNS에 회자되었고, 김 교수는 일약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김 교수의 칼럼은 취직, 결혼 등 민감한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실은 관심도 없으면서) 들이대는 무례한 친척들의 공격(?)에 사람이라면 꺼리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라는 내용을 담았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쉽게 자리를 회피할 수 있을 거란 조언(?)이다.

무례함을 퇴치하는 ‘사이다’스러운 내용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다른 부분도 흥미롭다. 바로 사람이 근본적 질문에 답할 때는 ‘절체절명의 위기’ ‘존재론적 위기’에 시달릴 때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그런 ‘절체절명의 존재론적 위기’의 예로 현재는 ‘쿨한 과학자’로 나름의 사회적 지위와 신망, 도도한 체면을 유지하는 친구가 아내에게 청년 시절 보낸 연애편지 속의 낯간지러운 문장(이름 세글자 중 가장 끝 음절로 자기 자신을 3인칭 부른다던지 하는 식의)이 만천하에 공개됐을 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야!”라며 악을 썼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2025 국정감사가 돌아온다.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회가 다룰 내용들이나, 선정된 증인들의 면면을 보면서 이 칼럼을 떠올렸다. 국정감사는 한 해의 교육 성과를 평가하는 시기다. 정책적 함의가 깊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실제 이 시기 다뤄지는 내용들이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일반 시민들이 정책의 공과나 책임 소재, 개선 방향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 시기뿐이다.

실제 국정감사 기간까지 정부 및 관련 기관은 ‘국정감사 대응 모드’에 들어간다. 다른 어떤 업무보다 국회의원실이나 상임위에서 내려오는 자료 요구 대응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 입장에서 취재해보면, ‘국정감사 지적 대상’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거나 정부, 공공기관의 수장이 바뀐 경우에도 즉각 대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교육위가 다루는 질문은 우리 정부가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과 논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개된 대부분 증인들이 정치 관련 현안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이슈를 해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정치 역시 시민들의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여기에, 대부분 문제들이 부정부패 등과 연관이 있기에 이를 명명백백 투명히 밝혀내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를 넘어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기준에 맞춰 한 해 교육 사업의 공과를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하는 감사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떠올리면 늘 상대편의 말을 끊어먹고,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사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를 윽박질러 ‘잘 잡아냈다’는 식의 몇 컷을 얻는 것이 아니다.

교육 문제를 크게 흔든 AIDT 사업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국정감사에 오를 것이란 증거는 없다. 몇 달 전부터 국정감사 자료 요구를 받아와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중지로 피해를 떠안은 개발사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취재원들의 제보는 있어 왔다. 그러나, AIDT 사업의 필요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따져본다는 소식은 없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검정 과정에 충실했는지, 특혜 의혹을 살펴본다는 식으로 여전히 타깃이 개발사를 향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 졸속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한 순간에 대책 없이 뒤집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교육 청사진을 물어야 한다. 어떤 아젠다로 AI 교육을 설계하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설계하였는지 물어야 한다. 전국민 AI인재를 꿈꾸는 대통령이 새로 그리는 교육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논의하여야 한다. 다가오는 긴 연휴, 국회의원들이 의원실로 배달된 수백개의 선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 질문의 가르마를 타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교육 앞에 과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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