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케팅은 하고픈 말 참아야 나온다
작성 2024-11-11 11:55:40
업데이트 2024-11-11 14:55:51

“구매를 고민한다는 건 내가 쓸 돈과 그 돈을 써서 얻게 될 만족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족이 충족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일입니다.” 노준영(38) 마케팅컴퍼니 ‘엔’ 대표는 여러 직함으로 불린다. 먼저 2014년부터 설립해 운영 중인 마케팅 회사 엔 대표라 불린다. 여기에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의 근간인 ‘마케터’라는 직함이 있다. 또 <알파세대가 온다>, <요즘 소비 트렌드> 등의 책을 펴내며 작가로도 불린다. 여러 대학과 기업에 마케팅 강연까지 다니는 그는 “직업은 다양하지만, 정체성은 하나”라며 “마케팅을 통해 세상을 보고, 더 나은 마케팅을 연구하는 사람, 한 마디로 마케팅에 인생을 건 남자”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뢰’다. 그는 “좋은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궁리가 아니라 신뢰를 얻을 궁리를 잘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마케팅과 신뢰라니, 어쩐지 이질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마케팅이 팔기 위한 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라’고 강요한다고 팔리지 않죠. 팔기 위해선 소비자가 먼저 ‘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도 되겠다.’, ‘사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건 ‘신뢰’죠. 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이 정도의 만족감이나 효용이 있겠다.’ 하는 믿음을 심어주는 겁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소비자와 제품/서비스 혹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신뢰를 만드는 일이죠.”

신뢰가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는 거군요.

“네. 결국 구매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신뢰’입니다. 구매를 망설인다는 건 아직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마케팅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와 제품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방법 중 익숙한 방법으로는 SNS 노출, 광고 등이 있죠. 그래서 마케팅은 곧 광고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마케팅에는 광고뿐만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잘한 마케팅 사례가 있다면요. 

“현대자동차죠. 현대차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믿어도 돼’를 보여주고 있어요. 우선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보통 기업들은 마케팅을 통해서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런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각 세대에 맞춘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 안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녹이는 방법을 택했죠. 어린이나 10대를 대상으로는 게임을 런칭해서 그 속에서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를 타볼 수 있도록 했어요. 20-30세대들은 SNS에 익숙하니까 숏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성세대에게는 매스미디어가 익숙하니까 광고를 내보냅니다. 명확한 타케팅으로 ‘우리 현대자동차는 고객을 잘 알고 있어’라는 신뢰를 형성하는 거죠.

현대자동차는 바이럴의 귀재예요. 타 기업들은 SNS에 공유하고 해시태그를 달면 혜택을 주겠다는 이벤트를 많이 해요.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그렇게 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원하는 걸 주고 신뢰가 쌓이면 알아서 바이럴이 된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현대 모터스튜디오죠. 광고 공간이 아니라 테마파크 같은 형태로 만들어서 주말이면 아이들이 북적북적합니다. 거부감이 드는 유료 이벤트를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SNS에 소문이 나면서 늘 사람들이 몰리죠. ‘현대자동차는 광고 공간에서 광고를 하지 않네?’ 라는 생각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였죠.”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 공간에서 벗어난 현대자동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키즈 체험 활동과 전시, 자동차 시승 등 다양한 테마의 체험 공간을 운영 중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점은 개관 1년만에 방문객 26만 명을 돌파했고, 서울 강남점은 현대차 최초 조립 생산 모델의 실물을 전시하며 주말 하루 방문객 평균 1000명을 기록했다. ‘광고 공간’을 ‘체험 공간’으로 뒤바꾼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공간 마케팅으로 꼽힌다.

-또다른 사례도 있나요?

“아모레퍼시픽의 역발상 마케팅도 굉장히 재밌어요. ‘기업이 홍보해야 하는 제품은 늘 갖춰진 형태로 보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죠.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은 유튜브에서 화장품을 부수거나 갈아버리는 ASMR 콘텐츠를 했어요. 그랬더니 평균 조회수가 400만 회가 넘고 최고 조회수는 4000만 회가 넘었어요. 1년도 안 돼서 영상 22개로 7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고 골드 버튼을 받았습니다. 역발상의 좋은 예시죠.”

-이건 어떻게 신뢰를 쌓은 거죠?

-때로는 제품을 오래 보고 있는 것만큼 확실하게 신뢰가 쌓이는 게 없죠. 재밌고 신기하니까 넘기지 않고 계속 보게 돼요. 그러다 다음에 타 브랜드 제품과 섞여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보게 된다면 익숙함을 느끼죠. 처음 보는 낯선 제품들 사이에서 한 번이라도 봤던 제품은 그 심리적 거리감이 다르니까요. 익숙함은 곧 신뢰로 다가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역발상 마케팅은 당장의 구매전환을 노리기보다 자사 상품이 사람들의 눈에 익도록 만들어서 천천히 신뢰를 쌓아간 마케팅이죠. 실제로 역발상 마케팅이 성공한 이후, 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어요. 국내 온라인 채널 매출은 약 40% 이상 성장했죠. 모두 ASMR 콘텐츠가 가져온 성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영향을 무시할 순 없죠.

– 잘된 마케팅에는 법칙이 있나요?

“그럼요. ‘반응 포인트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콜투액션(CTA, Call To Action)’이라고 해요. 직접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간 것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ASMR 콘텐츠에 댓글을 남기거나 해당 채널을 구독한 것 모두 반응이죠. 심지어는 찌그러지는 화장품을 보고 놀라운 감정이 드는 것도 다 반응이에요. 내가 조금이라도 반응했다면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좀 더 오래가게 되고, 기억은 친근함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구매를 고민할 때 확실한 구매 동기가 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앞선 사례들 모두 반응을 잘 이끌어 신뢰를 높였습니다.”

 

◇ 미래 소비 트렌드 읽으려면… ‘잘파세대’ 집중해야

노준영 마케터는 최근 마케팅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마케팅의 대상이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하던 금융권 기업들은 이제 10대 서포터즈로까지 모집 대상을 확대했다. 마케팅 시장에는 ‘잘파세대’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잘파세대는 알파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출생한 1020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스마트기기가 생겨난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생산하는 것에 익숙해 SNS 트렌드에 앞장서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준영 마케터는 미래 소비 트렌드에 잘파세대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잘파세대 마케팅은 뭐가 다른가요?

“빨라야 해요. 잘파세대들은 빠르고 확실하게 유행을 이끌어요. 일상과 SNS가 맞닿아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인증하려고 하죠. 특히 요즘 디저트 유행이 정말 빠르게 바뀌어요. 예를 들면 이전에는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요아정, 그리고 최근에는 스모어가 주목을 받거든요. SNS에서 관련 콘텐츠를 봤을 때 ‘어? 이거 나 편의점에서 봤던 건데’가 될 수 있도록 곧바로 출시되어야 하죠.”

-갑자기 잘파세대가 떠오른 이유가 있나요.

“단위 소비력이 커졌거든요. 자녀 수가 줄면서 돈이 한 명에게로 쏠리게 됐죠. 예를 들어서 부모님이 10만 원을 가지고 용돈을 준다 하더라도 자녀가 두 명이면 5만 원씩 나눠 가지지만, 한 명이면 혼자서 10만 원을 다 가져요. 그러다 보니 어린 친구들도 연령대에 비해 소비력이 커지면서 전보다 더 높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잘파세대를 겨냥하려면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를 노려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만은 않아요. 잘파세대는 각자 취향과 관심이 뚜렷해요. 그래서 내가 관심 있는 곳은 더 쓰고 관심 없는 곳에서는 최대한 아끼려고 하죠.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진만큼 마케팅은 더욱 세분화되어야 해요. 그래서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를 노리는 경우가 많죠. 결국 마케팅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누구를 타깃으로 한 제품인지 명확히 아는 게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 타깃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아는 건, 기본 아닌가요.

“그 기본이 안된 마케팅이 참 많습니다. 잘한 기획은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요. 고객이 우리 사회에 혹은 우리 기업에 뭐가 궁금한 지 세심하게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쉽지 않네요(웃음).

“그래서 일단 해봐야 합니다. 마케팅을 머리로만 생각한 사람과 실제로 기획해서 실행해보고 실패한 사람은 천지차이예요. 마케팅을 실제로 해보면 머리에 그린대로 다 되지 않거든요. 정해진 예산과 브랜드의 방향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도 빼놓을 수가 없죠.”

노준영 마케터는 “엉덩이 무겁게 고민하는 시간보다 발 빠르게 돌아다니며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트렌드를 만드는 건 사람”이라며 “오전과 오후가 달라지고, 오늘과 내일이 달라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무엇이 변했고, 왜 변했는지를 읽다 보면 트렌드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컨설팅과 출판, 강연 등을 통해 트렌드를 공유하겠다며 꾸준히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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