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닝을 포함한 에듀테크 업계 전체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들어보면 업계 전체가 ‘비상’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들끼리 모인 자리마다 곡소리도 난다는 소리마저 들려올 정도로 업계 전체가 불황의 늪에 시달리는 중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비상계엄 등 전례 없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업계의 특수 상황까지 맞물렸다. 기술력과 콘텐츠 좀 있다는 에듀테크 기업 대부분이 교육부가 ‘대세’라고 알린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AIDT)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AIDT가 새로운 교과서가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는 보조 교재가 되면서 AIDT 사업에 뛰어든 업체 대부분이 수익은 커녕 투자금 회수조차 못한 상황이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투자한 터라, 회사 전체가 휘청이는 곳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 믿고 민간에서 투자하고, 심사와 검정 과정 모두를 통과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개발했는데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 한숨이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미 착수한 AIDT 교과서 관련 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거나 추후 있을지 모르는 사업에 참여해야 ‘먹고살 수’ 있기에 어느 업체 하나 정부를 향해 총대 메고 쓴소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에듀테크 회사들에선 구조조정이나 사업부 축소 등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비용을 투자해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던 회사들도 당장 수익 실현이 가능한 ‘용역, 하청’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이마저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투자를 받아 성장하던 에듀테크 기업들도 코로나 이후 꺾이기 시작한 ‘투자 한파’ 속에서 생존을 고민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이러닝, 에듀테크 업계에서 규모가 큰 곳이라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업계 전체로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상당수 기사가 나간 대로, 이들 기업 가운데 이름난 여러 곳의 기업들이 사업부 축소, 부서 재배치, 권고사직 등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고 및 재배치의 적법성 등을 두고 잡음까지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해고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선 추후 법적으로 따져보고 상응한 책임을 지겠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에듀테크 업계에 몰아친 대규모 ‘위기 사태’가 개별 기업의 경영 부실에만 책임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이러닝 사업체 수는 총 2506개로 약 5조 7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이미 2년 전 자료인데다 디지털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 규모는 훨씬 확대되고 그에 따른 종사자 수 역시 대폭 늘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에듀테크 업계 전체로 퍼져나가는 대규모 ‘불황’과 그로 인한 손실을 홀로 떠안는 것은 에듀테크 기업들이다. 그리고 이 기업들엔 수많은 일자리가 달려 있다. 정부의 지침을 믿고 자비 투자로 개발해 검정까지 통과했더니, 갑작스런 ‘취소’ 선언 후 부담까지 온전히 떠안는 기업들에게 질타보다 지원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