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주차 – ‘그냥 쉬는 청년’의 시대…대한민국이 놓친 것
작성 2025-12-06 11:31:27
업데이트 2025-12-10 09:18:30

더팁스가 만든 영상 뉴스. 더팁스가 엄선한 이슈를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더이슈의 차서윤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바로 ‘그냥 쉬는 청년’입니다.

구직도, 일도, 교육도 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니트(NEET)’라고 부르는 집단이죠.

그런데 최근 통계를 보면, 단순히 잠깐 쉬는 게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로 청년 니트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이제 니트 통계는 실업률보다 더 무서운 지표라고까지 불리는데요.

왜 청년들은 일하지도, 배우지도 않는 걸까요? 오늘 더이슈에서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냥 쉬는 청년’ 73만 시대… 충격적인 통계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을 하지도, 그렇다고 교육을 받는 중도 아닌 사람들을 말합니다.

지난 11월 1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요.

우리 사회의 핵심 연령층인 2030 청년 니트가 7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중 30대는 33만 3천 명으로, 작년보다 7.7%나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73만 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오시죠? 코로나 시기에 집계된 니트가 69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그냥 쉬는’ 사람들이, 코로나 때보다 더 많다는 겁니다.

또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2030 청년은 약 1300만 명인데요.

그중에서 73만 명인 거니까, 청년 17명 중 1명이 ‘그냥 쉬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앞서 말했듯, 특히 눈에 띄는 건 30대 니트의 급증입니다.

적성을 찾으며 방황할 나이라고 생각되는 20대도 아니고,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에 니트가 된다는 건 유독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죠.

 

니트와 실업자, 뭐가 다를까?

이러한 니트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실업률’과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구직 활동 중이지만 직장이나 일을 찾지 못한 경우’를 반영하는데요.

일자리를 찾고 있긴 하다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니트는 다릅니다. 구직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쉬는 상태.

일할 의지나 계획 자체가 없는 집단을 가리킵니다. 분명한 차이가 있죠?

물론 장기간 구직을 하다가 지쳐서 ‘잠깐만 좀 쉴래.’하는 경우처럼 실업자와 니트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니트 통계는 ‘그냥 쉬었음’ 항목을 기준으로 집계됩니다.

즉, 우리가 말하는 73만 명은 대부분 스스로 선택해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전 세계를 덮친 ‘니트 충격’…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 세계를 흔드는 문제에 가까운데요.

‘니트 원조국’인 일본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죠. 영국은 노동인구의 4명 중 1명이 니트고요.

미국은 16~24세 청년의 12%가 니트입니다. 심지어 브라질, 남아공, 태국, 중국, 베트남 등 개도국까지 니트 충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 이런 흐름을 일본에선 ‘사토리 세대’, 중국에선 ‘탕핑 세대’, 또 우리나라에서는 ‘N포 세대’라고 불렀죠.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니트가 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매년 10조 원 증발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경제·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겁니다.

지난 8월 한국경제인협회 발표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 증가로 매년 1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5년이면 53조 원이 경제·사회적으로 증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부담, 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 약화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력은 훨씬 큽니다.

물론 니트 활동가들은 이들을 ‘문제’로 보는 시선 자체가 문제라고도 지적하지만,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는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비자발적 니트 vs 자발적 니트

자, 이제 니트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니트라고 해서 모두 같은 니트는 아닙니다. 비자발적 니트와 자발적 니트를 구분해야 하는데요.

우선 비자발적 니트는 ‘하고 싶어도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대한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거나, 가사노동, 간병 등의 이유로 사회 진출을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죠.

‘쉬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노동에서 탈락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자발적 니트는 ‘할 수 있지만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구직 의지가 없고, 사회·노동·미래에 대한 동기가 저하된 상태로, ‘하기 싫다’, ‘미래가 안 보인다’, ‘일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적 요인까지 포함되는데요.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이유가 바로 이 자발적 니트의 급증 때문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국의 니트 통계는 ‘그냥 쉬었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발적 니트에 가깝습니다.

니트 자체는 자발과 비자발을 포함한 의미인데 우리는 자발적 니트만 상정하고 보고 있기 때문에, 니트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니트 안에서도 성별, 연령, 소득, 니트가 된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내고 있습니다.

같은 대졸 니트라도 성별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원인도, 정책적 해법도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영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비자발적 니트 중엔 여성 비율이 더 높았고요.

경제 상황으로 인해 니트가 되는 건 남성이 더 많았습니다.

 

한국 니트의 특징: 고학력+30대 중심

우리나라 니트 문제의 가장 독특한 점은 30대 고학력 니트가 유독 많다는 겁니다.

4년제 대졸자이면서 30대인 니트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 수가, 2019년에는 15만 9천 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8만 4천 명으로 2만 5천 명이 늘었습니다.

청년 인구가 감소한 걸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크게 증가한 거죠.

전체 청년 니트 비율도 OECD 국가 중 높은 편으로, 2022년 기준 18%가 넘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저학력자일수록 니트가 많은데요.

미국 니트의 70%가 고졸이고, 대졸자와 그 미만 학력을 가진 사람의 격차가 큽니다.

그리고 니트의 원인으로는 인종, 경제적 배경, 학력, 기회의 부족, 거주 지역 등으로 인한 차별이 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고학력’, ’30대 중심’, ‘자발적 니트 증가’라는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죠.

이는 “대학을 나와도 미래가 안 보인다”, “경력직 중심 채용 구조에서 신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절망감과 효용 상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괜찮은 일자리에 못 갈 거면 그냥 쉬거나, 배달이나 택배 배송 같은 긱 워크(Gig Work)를 하면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걸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기업 공채 축소, 좋은 일자리 감소, 제조업 및 건설업 일자리 감소, AI 도입으로 인해 초년생이 할 수 있는 단순 업무 감소 등이 크게 거론됩니다.

 

한국이 놓치고 있는 진짜 원인: 젠지의 노동감각 변화와 정신건강 위기

그러니까, 오직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로 보는 건데, 실제로 청년들이 쉬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부족’이 아닙니다.

한국이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젠지 세대의 노동 감수성 변화입니다. 청년들은 갑질, 쪼개기 계약, 열정페이,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노동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일할 바엔 쉬는 게 낫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죠. 실제로 많은 청년이 편의점·배달·물류센터 같은 단기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정규직은 ‘하지 않는 선택’으로 가고 있습니다.

둘째,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젠지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SNS 환경에 노출되면서 비교와 평가 등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왔고, 코로나 이후 우울감과 무력감, 사회와의 단절감도 커졌습니다.

미국은 2023년 기준 니트 청년 5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도 비슷합니다. 우울, 무기력, 사회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일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회와 연결이 끊어진 ‘어린 어른’들을 세상 속으로 다시 초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보는 것입니다.

첫째, 정신건강 지원 강화입니다. 즉, 우울감과 무기력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심리 회복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둘째, 노동·조직문화 개선입니다. 갑질, 부당한 대우, 착취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나쁘면, 그 후로 일 자체를 거부하게 되기 때문에, 청년의 ‘초기 노동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사회 참여 사다리 만들기입니다. 취미·문화·커뮤니티 활동이나 직무탐색·경험 기반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은 30대 니트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도약이 어려운 30대’를 위한 별도 회복 시스템이 시급합니다.

결론적으로, 니트의 증가는 단순히 ‘일하기 싫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노동시장 개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신건강, 조직문화, 세대의 감각 변화. 이 모든 요소를 함께 봐야만 ‘그냥 쉬는 청년’의 시대를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더이슈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자료조사 : 더팁스 편집국
리포팅 : 차서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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