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주차 – 반도체는 잘 나가는데, 우리는 힘든 이유
작성 2025-12-20 16:50:36
업데이트 2025-12-22 17:12:47

더팁스가 만든 영상 뉴스. 더팁스가 엄선한 이슈를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더이슈의 차서윤입니다.

여러분, 핸드폰에 꽂아 쓰던 이 ‘외장 메모리 카드’, 기억하시나요?

‘마이크로SD 카드’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 스마트폰에 이 외장 메모리 카드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술 발달로 내장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AI 처리나 고해상도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빠른 내장 메모리가 중요해지면서, 2015년쯤부터는 외장 메모리가 점차 사라지게 됐죠.

그런데, 이 외장 메모리가 내년에 다시 우리 앞에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 때문입니다.

최근 AI를 돌리기 위한 인공지능 서버 구축이 모든 경제를 빨아들이고 있죠.

AI 서버 구축을 위해선 메모리칩의 대량 확보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50% 오른 곳은 예사고요. 100%, 심지어 2배 넘게 오른 곳도 많습니다.

칩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완제품 가격도 오르겠죠.

재계에서 들리는 소문으로는, 내년 스마트폰 가격이 3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512GB나 1TB 등 고용량 모델은 일반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메모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올해 우리나라가 크게 환호했던 주식 호황, 수출 호황 등 큰 경제 흐름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메모리칩 속에 담긴 경제 이슈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코스피 5000, 하지만 내 주식은?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코스피 5000을 돌파했고, 내년엔 6000까지 간다는 호언장담까지 정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있습니다.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코스피는 올랐는데 내 주식은 왜 안 올라?’하며 고민하는데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스피 폭등세를 이끈 게 반도체주 중심의 대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죠.

이들 AI, 반도체주가 내년에도 경제의 중심에 설 거란 게 글로벌 정재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폭풍의 눈으로 떠오른 게 있습니다. 바로 이들을 움직이는 근본인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문제입니다.

 

메모리 품귀 현상, 왜?

먼저,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핵심 부품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미 2026년 생산 물량까지 완전 매진됐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곳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이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죠.

가장 큰 고객인데다가,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사업 확장에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비명, 그러나 공급은 한계

이들은 넘쳐나는 수요를 쳐내지 못해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인데요.

SK 그룹 최태원 회장은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다 처리할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도 말한 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기업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입니다.

SK 하이닉스는 이 프로젝트에 매달 90만 웨이퍼의 HBM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주문이 몰리면서 공급에 부담이 걸려 ‘공급 압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메모리 시장의 강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AI 서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업계가 공급을 우선하면서 모바일과 PC 시장에서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확대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금도 극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의 덩치가 커지고 성과가 나니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이중고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메모리가 대부분의 업무 활동에 필수적인데, 가격은 폭등하고 구하기조차 어려워졌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대기업이 아닌 제조업체들은 비상입니다.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를 만들거나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닥친 건데요.

용산에서는 조립 PC 부품과 메모리 값이 4개월 사이 3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그런데도 재고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거란 우려에 이 가격에라도 사들이는 거죠.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일본·중국도 가격 인상 압박

이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저가로 승부하던 중국의 샤오미, 리얼미 같은 회사는 물론, 내수 부진으로 고통받던 일본도 이런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본 아키하바라에서는 PC 메모리 일부 제품이 한 달 새 1만 7000엔에서 4만 7000엔, 그러니까 우리 돈 약 16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3배 이상 폭등했는데, 심지어 1인당 8개만 살 수 있다는 구매 제한까지 걸렸습니다.

 

왜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왜 문제일까요.

수요가 폭증하면 더 많이 만들면 되고, 그러면 대기업도 잘되고 중소기업까지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코스피는 5000을 찍었는데 여러분의 주식도 그만큼 올랐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반도체주가 전체를 견인한 모양새고, 중소기업이나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회사, 다른 분야의 주식들은 그닥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주가뿐 아니라 실제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축배를 들 때, 여기저기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죠.

지난 10월 한국은행도 기업 절반 가까이가 영업이익으로 회사가 진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수치로는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개선”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실제로 올해 주식 시장은 호황인데, 분기마다 돈을 못 갚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기업은행에 대한 기업대출 연체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심각해졌습니다.

2009년 1분기가 1.02%였는데, 올해 3분기 연체율이 1.03%거든요. 심지어 지난 2분기 연체율이 0.91%였는데 1분기 만에 0.09%가 뛰었습니다.

특히 이 기업대출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대출도 포함돼 있어서, 경제의 적신호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메모리칩이 없어서 못 판다

그런데 이쯤에서, ‘메모리나 전자제품은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우리가 집에서 쓰는 PC나 스마트폰에도 필요한데, 데이터센터 못 짓는 기업은 그쪽에 팔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메모리칩이 없어서 못 만들고, 수요가 있어도 못 팝니다.

그러니까, 반도체를 판매하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물량이 없어서 못 팔고, 아예 업종이 다른 곳은 이런 경기 변화와 상관이 없는데도 요즘 대부분 컴퓨터나 전자제품 없이는 업무가 불가능하니까,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메모리칩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조립 PC를 만들어 파는 중소 사업자와,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기업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혀 다른 업종 같지만, 둘다 ‘메모리’와 ‘부품’을 필요로 한다는 게 문제인데요.

파는 쪽에선 당연히 자금력이 있고, 향후 거래처로도 매력적인 대기업에 우선 납품할 수밖에 없겠죠.

그럼 조립 PC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파는 영세 사업자는 3, 4배 오른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걸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소비자는 구매를 할까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성과는 대기업에, 부담은 아래로…내실 고민해야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우리 경제가 대기업을 통해서라도 성과를 내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의 전체 흐름과 낙수효과, 그리고 내실까지 고민할 시기라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 다른 그림자, 데이터센터 건설

자 그럼 두 번째 이슈로 넘어가겠습니다.

바로 데이터센터 문제인데요. AI를 돌리려면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때 메모리칩의 확보만큼 중요한 게, ‘어디에 지을 것인가’, ‘에너지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입니다.

모두가 전자제품을 쓰고 챗GPT를 일상에서 활용하지만, 막상 데이터센터 건설은 모든 지역에서 거부합니다.

전자파 문제나 송전설비 과부하로 인한 정전 피해, 온도 상승 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주민 반발로 멈춰 선 데이터센터 건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가 세종시로 이전했고, 경기 고양시 데이터센터도 착공이 지연됐습니다.

엔비디아로부터 26만 개 GPU 공급을 약속받았지만, 이중 일부를 국내 연구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려 했던 시흥 배곧 AI 컴퓨팅 센터도 무산됐습니다.

모두 주민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인허가는 33건이 진행됐는데, 이 중 17%가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거나 무산됐죠.

 

님비 논쟁…이기심일까 문제 제기일까

이런 움직임을 두고 ‘단순한 님비 현상’이다, ‘주민들이 이기적’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외침을 단순한 이기심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누리는 공공재, 혹은 특정 기업이 수익성을 독식하는 사업에서 일부 지역 주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원전 문제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원전의 찬반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원전으로 인한 위험은 특정 지역들이 떠안는데, 전력 수요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많고, 그 특혜도 가장 많이 누린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입니다.

 

미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첨단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건설 업체들이 당장 수익이 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허가를 얻어내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는데요.

시니어주택, 아파트, 상점 등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뒷전으로 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에만 열을 올리거나,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저렴한 전기 요금, 세금 혜택 등으로 큰 기업을 모셔오려는 애틀렌타, 조지아주 등의 적극적인 행정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여러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도체 호황과 메모리칩이 필수재로 떠오른 세상.

매일 주가와 데이터센터에 관한 언론 보도가 줄을 잇지만,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이런 경제 성장의 혜택은 누가 독식하는지, 정말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이때 ‘사회’는 누구를 말하는지까지도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선전과 이를 이끈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제는 그 효과가 더 많은 국민과 기업에게 나눠지도록 하는 미래를 설계할 때입니다.

데이터센터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AI의 발전으로 인한 수혜와, 그로 인한 책임과 피해는 누가 입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해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하고 있는가.

가장 큰 성장으로 가장 큰 돈을 버는 힘 있는 기업과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은 아닌가.

과연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성장을 원하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더이슈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자료조사 : 더팁스 편집국
리포팅 : 차서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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