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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더이슈의 차서윤입니다.
관세 200% 부과, 3500억 달러 요구.
그동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며 불안을 키워왔죠.
그래서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자유무역을 상징해온 APEC, 그리고 보호무역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오늘 더이슈에서는 이틀 간의 트럼프 방한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짚어보겠습니다.
◇APEC, ‘자유무역의 약속’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APEC은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발했습니다.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막을 내리던 시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경제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였죠.
이러한 정신은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에서 ‘보고르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됐습니다.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실현하자고 약속한 건데요.
이후 APEC은 아시아 경제의 성장 발판이 되었고, 21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 경제 협력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무역이 약속했던 ‘공정한 번영’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세계화의 그늘 아래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부의 불균형이 심화됐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값싼 수입품이 쏟아지면서 중산층의 불만이 커졌고, “세계화는 미국을 약하게 만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무역의 설계자였던 미국이 그 질서를 스스로 흔들기 시작한 겁니다.
◇APEC에 다시 선 ‘미국 우선주의’
그렇게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전임 오바마 정부가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간 협상을 하는 게 미국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이후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 영향은 동맹국까지 번지면서, 글로벌 무역질서 전반이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8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APEC 무대에 섰습니다.
◇트럼프 등장에 흔들린 APEC…‘협력’에서 ‘거래’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APEC을 ‘협력의 무대’에서 ‘거래의 무대’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러한 기조 변화 속에, 세계 경제의 이목은 그가 과연 ‘미국의 이익’을 어디까지 밀어붙일지에 쏠렸습니다.
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역시 트럼프의 협상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신중히 계산했습니다.
이렇듯 ‘자유무역’과 ‘미국 우선주의’가 정면으로 부딪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았던 이번 경주 APEC.
하지만 충돌의 긴장 속에서, 각국은 현실적인 타협점을 모색하는 유연한 외교를 선보였습니다.
그 결과, 전면적인 무역 전쟁 대신 ‘조건부 협력’이라는 외교 형태가 등장했죠.
◇3500억 달러 협상 타결…경제에서 안보 협력으로 확대
우선 한국의 경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놓고 난항을 겪었던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총 3500억 달러 중 2천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미국은 원하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얻었고, 우리나라 역시 외환 여건을 고려한 투자 방안을 지켜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까지 승인하면서, ‘경제 협상’이 ‘안보 협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양국 모두 실리를 택한 현실적 타협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관세 낮추고, 대두 사고…실리를 택한 미·중
갈등이 깊었던 중국과의 정상회담 또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이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신호탄’이 될지 주목됐는데요.
회담에 앞서 미국이, “중국이 펜타닐 단속을 강화할 경우, 대중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유예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등 이른바 ‘양보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중국 역시 희토류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미국산 대두를 대량 구매할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중 간 합의의 물꼬가 트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의 러브콜, 김정은의 침묵… 무산된 북미 회담
한편 이번 APEC 참석을 위한 방한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 위원장을 만날지도 세계의 관심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다”, “북한과 다시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꾸준한 러브콜을 보내왔는데요.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지난 28일 서해 상공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무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태도가 드러난 대목이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서는 ‘핵보유국 인정’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질적인 경제 제재 완화’라는 보다 구체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거래의 대통령’ 트럼프…그러나 변수는 현재진행형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30일 출국했습니다.
이번 APEC에서 내줄 건 내주고, 취할 건 확실히 취하는 ‘거래의 외교’는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각국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향후 트럼프발 통상 정책이 국제 무역 질서와 동맹 관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국, ‘중재자’를 넘어 ‘설계자’로
한국은 이번 경주 APEC을 통해 자유무역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실리를 확보한 균형 외교를 보여줬습니다.
이제 한국은 강대국 사이의 중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디지털 경제, 기후 변화,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시대의 의제를 주도하고, 아시아 태평양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이끄는 ‘설계자’가 돼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 경주 APEC은 한국이 그 리더십과 비전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더이슈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자료조사 : 윤수안 에디터
리포팅 : 차서윤 아나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