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노동자 마어캣] 지면 없는 매체 기자의 손은 ‘더 바쁘다’
작성 2024-12-13 09:19:59
업데이트 2024-12-13 09:23:36

편집자주

‘기레기’와 세상을 바꾸는 ‘진짜 언론인’만 이야기되는 세상. 어쩌면 자극적인 뉴스만 살아남는 건 언론 그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곧 10년차를 바라보는 현직 신문기자가, 매일 한땀한땀 소식을 꿰어가는 언론의 진짜 일상을 전합니다. 업계 속 내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기 위해, 본 시리즈는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① 신문기자는 어떻게 일하나

② 온라인 매체 기자는 어떻게 일하나

③ 방송기자는 어떻게 일하나

④ 영상기자는 어떻게 일하나

 

1-2. 온라인 매체

 

나 : “진짜 미안. 나 오늘 1면에다가 박스까지 쓰라 그래서 티타임 못 가질 것 같아.”

친구 : “아이고. 오늘도 1면이야? 너네 편집국은 반도체면 눈에 불을 켜더라? 반도체 발제 엄청 좋아한다.”

나 : “1면에 기사 배치 받았다고 하면 좋아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아직도 부담스러워서 미치겠다. 온라인은 메인페이지 전면배치가 1면 같을라나? 너 어제 메인에 오래 걸려있던데?”

친구 : “그랬지. 그런데 메인 잘 쓰면 뭐하냐. 어제는 A통신사보다 늦게 써가지고 한 소리 들었다. 혼 날만 했지 뭐.”

 

안녕하세요. 오늘도 마감을 달리고 있다 돌아온 마어캣입니다. 위의 대화는 온라인 통신사 소속 기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와 나눈 대화랍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면을 발간하는 신문사 소속의 기자고, 제 친구는 지면은 없지만 국내 통신사 3사(연합뉴스·뉴시스·뉴스1) 중 한 곳을 다니는 기자입니다.

저희 두 사람은 마감노동자라는 특징은 같지만 조금은 다른 부담감과 다른 일상일 살고 있어요.

지면은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종이’에 올려 져야 하는 시간까지 계산한 업무 루틴이 필요하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신문 기자들은 폭설이나 폭우까지 신경써야 해요. 날씨가 궂은 날이면 지면 기사 마감을 30분~1시간가량 일찍 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윤전기(신문을 인쇄하는 커다란 기계)를 빌려 쓰는 매체라면 상황은 더 긴박해진답니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는 이런 고민은 없어요. 기사를 기다리는 윤전기도, 아침이나 점심 배송을 기다리는 독자도 없습니다.

한번은 늘 그랬듯이 제가 3시 30분~4시 마감에 쫓기고 있을 때 온라인 매체 동료는 “오늘 발제는 내일로 미뤄졌어! 추가 취재해서 좀 더 풍성하게 쓰라고 하네?”라며 저보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 전화를 돌리기도 했답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찌나 부럽던지!) 신문은 지면에 배치된 ‘자리’가 있어서 기사가 사라지면 꼭 다른 기사로 대체를 해야 해서 갑자기 중요한 기사가 ‘쾅’하고 발생하지 않는 이상 미루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지면이 없으니 온라인 매체 기자는 느긋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단신도 기획도 다 쓰고, 속보도 챙겨야 합니다. 특히 ‘속보’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적어도 온라인 매체만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속보 경쟁은 아직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관련 취재를 하는 온라인 기자를 찾아 연락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 중에서도 제 친구가 속한 ‘통신사’ 같은 경우는 타자치는 손도 날쌔야하고, 한줄 정보라도 빨리 알아내 기사도 신속하게 써야 해요. 통신사에서 나온 내용을 ‘받아쓰는 매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는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일반 언론사보다 취재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고 기자 수도 많습니다. 해외 주요 도시, 각국 정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취재망을 구축하고 있고 외신 번역도 많이 하고 신속성과 객관성에 무게를 둡니다. 쉽게 말하면, 통신사는 ‘언론사들의 언론사’라고도 할 수 있죠.

만약 기사에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객관성을 해치는 큰 ‘오보’가 있다면, 그 어떤 매체보다 통신사발 기사가 잘못나간 건 아닌지 체크해야 해요. 기자 수가 적은 매체들이 통신사의 기사를 팩트 체크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모든 기사를 바꿀 시간이 없다면, 오보가 재생산되지 않도록 통신사 기사부터 정정 요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정 요청을 매체 상관없이 중구난방으로 진행하다 보면 “통신사에서 그렇게 썼던데요?”라고 무책임한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종이 신문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기사를 접하는 독자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보를 선별하는 일, 좋은 기사를 찾아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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