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 대선이 약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팁스는 주요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기호 1번) △김문수(국민의힘·기호2번) △이준석(개혁신당·기호4번) 후보들의 교육, 에듀테크 관련 공약을 비교해봤다.
◇교권보호, AI 교육 확대, 의대증원 폐지, 지방대 활성화 등 공감대… 세부 내용 ‘큰 차이’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찬성 입장을 내보인 안건은 △교권 보호 △AI 디지털 인재 양성 △의대증원 폐지 △지방대 활성화 등이다. 그러나 모든 공약에서 세 후보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면서도 추진 방안, 해법, 방향성 등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같은 목표를 내걸고 사실상 서로 정반대의 방향성을 내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포용 교육’ 등을 내거는 가운데 김문수 후보는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계승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세 후보 간 공감대가 큰 대표적 공약은 ‘교권보호’이다. 서이초 사건 등으로 교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세 후보 모두 교사의 민원 응대 등 행정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교사에 대한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재명 후보는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감축하고 민원 처리 시스템을 체계화하며 ‘마음 돌봄 휴가’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교사 소송에 대해 교육청이 법률 지원하며 아동학대 신고 건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는 의견을 제시한 경우에는 불송치되도록 하며 교권 침해에 대해 구상권 청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허위 신고 무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반면 ‘교사의 정치 활동 보장’과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퇴근시간 후 직무와 무관한 정치 활동은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사, 교원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현행 공무원법 65조에 대해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법률 개정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SNS 포스팅에 ‘좋아요’ 조차 누를 수 없는 현행 ‘교원의 정치적 중립’ 방침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고 OECD 국가 중 유일하다. 군소후보이자 유일한 진보계 후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같은 입장이다. 김문수 후보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내걸고 교육감 직선제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을 단독으로 뽑는 현행 직선제를 폐지하고 지자체장 선거와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정책에 대해서는 지자체 정책과 교육 정책이 한 방향으로 일치되며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지만, 교육 제도가 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 교육계 난제로 꼽히는 유보통합(교육부 산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재명, 김문수 후보 모두 찬성한 가운데 이준석 후보만 반대 의견을 냈다. 이준석 후보는 “교육의 영역으로 보육이 넘어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AI 교육 및 AIDT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AI 투자 100조 시대를 열어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이 무상교육으로 한글과 산수를 배우듯 AI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교과서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그러나 AIDT에 관해서는 공식적 당론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김문수 후보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AI 교육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 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여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서열화 문제와 지역소멸 문제 해법으로 제시된 지역 거점대 육성에 대해서도 이재명, 김문수 후보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김문수 후보는 ‘서울대-지방거점대 공동학위제’를 내걸었다. 먼저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부산대·경북대 등 전국 9대 거점 국립대에 전폭적 지원을 해 서울대 수준의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70% 수준으로 늘려 학과 및 전공에 따른 기초역량 교육 프로그램 도입, 취업 지원 시스템 구축, 대학원 연구환경 발전 등을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는 서울대-지역거점대간 공동학위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거점대가 서울대와 지도 교수, 전공 수업 등을 교류하고 거점대 졸업생과 서울대 졸업생이 똑같은 졸업장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거점국립대 학생이 1년간 서울대 등 다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 학점 교환제’를 도입하고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 정원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서울의 대학 정원 줄지 않으면 지방국립대가 클 수 없다”고 말했다.
◇공약(公約)또 공약(空約)될라 … 재원 마련, 구체적 방법 쏙 빠졌다
후보들이 내건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도 큰 문제다. 세 후보 모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나 이행 방안, 제도 개선 방법 등에 대해선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약 2조 7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민주당 측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김문수 후보의 서울대 공동학위제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비해 비교적 예산이 덜 들어가지만, 현실화 방안이 요원하다는 게 문제다. 같은 정책을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놨지만 공동학위제는 재학생과 동문의 반대라는 큰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도가 무산됐다. 경상국립대가 서울대와 우주 항공 분야에서 공동학위제를 추진했지만 서울대 학생들의 강력한 반대로 백지화된 것이다. 예산 마련보다 더 힘든 게 이들의 반대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AIDT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 후보 모두 AI 교육을 국가의 미래를 건 일로 내걸면서 AIDT 확대 추진에 공감대를 보여왔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나 교과서의 지위 등 이미 벌어진 첨예한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입장을 내걸 경우 반대파들의 표심을 잃을까 두려워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공약만 내건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DT 개발사 관계자는 “공약 단계서부터 책임질 생각이 없는 후보들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결국 AIDT 논란은 개발사가 모든 재정적 책임을 지는 구조인데,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경우 사업부 폐지, 인력 감축에 이어 도산하는 회사까지 나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업계 자체가 힘을 잃어 AI 교육 및 AIDT 확대의 골든타임 자체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포함한 공약 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후보들의 교육 철학, 지향점이 무엇인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교육 비전을 보고 투표하기에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치러지는 조기대선은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로, 다음달 3일(화요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치러진다.
자료조사 = 조서현 에디터